북극 동물 고통 통해 온난화 위험성 경고

MBC 3부작 다큐 '북극의 눈물' 시사회

먹이를 공유하지 않는 습성의 북극곰이 사냥이 힘들어지자 먹이를 빼앗으려고 다툰다. 바다코끼리는 줄어든 유빙(流氷) 위에서 영역 다툼을 벌인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새롭게 생겨난 풍경이다.

 

MBC TV는 창사47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3부작 '북극의 눈물'에서 위기를 맞은 북극 지역의 동물과 현지 원주민 이누이트의 삶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연출을 맡은 허태정 PD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경영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북극이 지구온난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다만 고발하는 시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으며 사람과 동물들의 북극 생태계 적응 이야기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서사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제작비 20억 원을 투입하고 촬영기간도 9개월이나 걸린 대작이다.

 

제작진은 캐나다 랭커스터 해협 인근 해빙 위 등에 캠프를 설치해 40분짜리 테이프 400개 분량을 촬영했다.

 

조준묵 PD는 "이누이트들은 '작년보다 더워졌다'고 말했지만 엄청난 추위가 고통스러웠다"며 "끼니의 개념없이 먹고, 피곤하면 아무 때나 잠을 청하는 이누이트와함께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7일 밤 10시35분 1부 '얼음왕국의 마지막 사냥꾼'에서는 바다표범 사냥을 나선 북극곰의 생태를 살펴본다. 바다표범은 얼음바다에 구멍을 뚫고 숨을 쉬러 올라왔다가 북극곰의 먹이가 되는데 얼음이 녹는 바람에 북극곰은 사냥감을 잃어버리고 있다.

 

또 북위 77도 인근에 사는 이누이트는 봄이 돼 열린 바닷길을 따라 동물들이 얼음평원으로 찾아오는 때에 맞춰 사냥을 벌인다. 하지만 얼음이 녹는 시기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면서 해마다 사냥이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에서는 또 1~3m 길이의 '뿔'을 가진 일각고래의 구애장면 등 귀한 영상을 내보낸다. 일각고래는 북위 70도 위쪽에서만 서식하는 희귀한 고래로 수컷은 윗입술을 뚫고 자란 뿔 형태의 이빨을 갖고 있다.

 

제작진은 BBC의 유명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에 사용된 최첨단 항공 전문 촬영 장비 시네플렉스 등을 동원해 생생하고 광활한 장면을 잡아냈다.

 

조 PD는 "시네플렉스를 이용하면 2㎞ 거리에서도 망원렌즈를 이용해 근접 촬영이 가능하다"며 "첫눈을 맞아 이동하는 수천 마리의 순록 떼 촬영 장면 등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허 PD는 "북극곰을 찍을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10m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했고, 조연출이 얼음물에 빠져 죽을 뻔 하는 등 고생했다"며 "북극곰이 빙벽을 기어오르는장면은 다큐멘터리 사상 거의 최초로 카메라에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2부 '얼음 없는 북극'은 14일 밤 10시35분에 전파를 탄다. 10층 건물 높이의 빙산들이 녹아서 떠다니는 장면 등 빙하가 사라지는 장면 등을 전한다.

 

얼음가장자리에 서식하는 바다코끼리는 갑각류나 조개를 섭취한 후 얼음 위에서일정 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프로그램에서는 얼음이 녹으면서 좁아진 유빙 위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등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는 바다코끼리의 모습도 공개한다.

 

제작진은 1996년 MBC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그린란드 에스키모와의 100일'에 출연했던 사냥꾼 3명이 일찍 녹은 얼음 때문에 희생됐다는 사실도 접했다. 사냥꾼 3명은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사냥에 나섰으나 얼음이 일찍 녹으며 생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이어 21일 밤 10시35분에는 3부 '해빙, 사라지는 툰트라'가 방송된다. 28일 밤 10시35분에는 '북극의 눈물 제작기'를 통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촬영한 제작진의 분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