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초의 동양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노태철 씨가 그 주인공. 그는 볼고그라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이며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의 지휘도 맡고 있다.
최근 한국과 러시아 간 문화·경제 교류를 위해 타타르스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방한했던 노 씨는 대구, 구미, 광주, 김해, 서울 등지의 공연을 마치고 3일 이한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래식이 서양음악이라고 해서 동양인이 못할 것도 없다. 국내 연주가들의 수준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라며 "한국을 알리는데 문화 교류만큼 영향력이 큰 것도 없어서 클래식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볼고그라드 시립오케스트라의 지휘도 맡을 예정인 그는 17년간 70개 교향악단과 함께 140개 콘서트홀에서 400여 회의 공연을 펼쳤다.
노 씨는 "지휘자는 관객이 음악회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매번 감동이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야 하고, 다양한 공연을 기획해 관객을 찾아가는 서비스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 음악계가 저변은 확대됐지만 아직 시민과 밀착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번 지휘봉을 잡을 때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휘자는 클래식 연주가들이 먹고살기 힘들지 않게, 관객이 끊임없이 찾을 수 있도록 공연 마케팅과 매니지먼트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뷔르쯔부르그 국립음대에 유학을 떠난 그는 "입학해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절감했다. 시험을 위한 공부방식이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밤낮없이 음악에 매달렸고, 1994년 헝가리 하이든 챔버 오케스트라를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7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왈츠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발탁되면서 명실 공히 유럽 음악계가 인정하는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헝가리 하이든 음악축제, 베르디 오페라 축제와 캐나다 한스빌 음악축제 등 국제 음악제에서 지휘한 그는 특히 제25주년 모스크바 가을축제(2003)에서 러시아의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극음악 '멕베드'와 '리어왕'을 세계 초연으로 지휘해 관심을 끌었다.
노 씨는 또 세계 60여 명의 작곡가와 오케스트라, 솔리스트가 참여한 '고리키 현대음악 축제'에서 예술 총감독으로 활약하며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동양인 지휘자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는 그는 "예술에서는 무엇보다 실력이 우선이다. "지금은 단원들과 가족같이 지낸다"고 전했다.
내년 5월 고국무대에 오를 그는 "볼고그라드에는 3만여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여유가 없어 클래식 공연장을 찾지 못한다"며 "내년 고려인 김치 축제 때는 무료 공연이 되도록 볼고그라드시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난 10월 볼고그라드 고려인마을에서 제7회 고려인 축제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