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어머니'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예술작품의 모티브로 등장한다. 경제가 어렵고 가정의 위기가 닥쳐올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 문학작품 중에선 시인 김현승과 박목월의 작품이 가장 탁월하지 않은가 싶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김현승·아버지의 마음) 아버지란 존재의 힘겨움과 고독, 가족 사랑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박목월·가정) 가정 또한 주제와 제재가 '아버지의 마음'과 거의 같다.
소설 '아버지'(김정현)는 췌장암에 걸린 한 남성을 통해 중년 아버지들의 고독과 가족의 화해를 다뤘다. 1997년 IMF 위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아 떨어져 꽤 읽혔다. 최근에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 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이 인기다. 케냐 출신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바마의 솔직함과 당당함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목사이자 시인인 G.허버트는 "한 사람의 아버지가 100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고 했다. 또 인도 속담에는 "소금의 고마움은 떨어졌을 때, 아버지의 고마움은 돌아가신 뒤에 안다"고 했다.
예전부터 아버지는 집안의 기둥이었다. 지금은 맞벌이가 보통이고 양성평등이 대세지만 가정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한국의 아버지들은 열심히 사는 데는 익숙하나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데는 서툰 편이다.
부안복지관에서 부안에서는 처음으로 '두란노 아버지 학교'가 4주 코스로 열렸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위축된 농촌 분위기 속에서도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가정의 붕괴를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