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가족을 소재로 한 마케팅이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끈다.
성이 다른 아이들이 사는 가정, 입양 가정 등 변화된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골라봤다.
「엄마를 부탁해」 (창비)는 엄마를 통해 들여다 본 가족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겐 엄마의 자식이 있고, 나만의 엄마가 있다. 좋기도 밉기도 고맙기도 원망도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실태래를 가진 존재.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늘 자신과 함께 있어 준 엄마의 무게를 확인하는 이야기다.
작품은 엄마 실종 일주일이 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나이 일흔의 엄마는 남편과 공동생일상을 받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지하철역에서 남편 손을 놓쳐 길을 잃는다.
엄마의 존재를 잊었던 가족들은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간다.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살았던 큰 아들과 딸이기 이전에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냈던 큰 딸, 엄마의 속 마음을 잘 알아주는 작은 딸, 가정적인 아버지이기보다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 들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모두의 엄마를 그리워한다. 진부한 존재일 수 있는 엄마를 소재로 가족간의 사랑을 절절하게 엮은 수작이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라고 말하는 공지영씨가 쓴 「즐거운 나의 집」 (푸른숲)도 주목할 만한 가족소설이다.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싱글 맘이라는 범상치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위녕은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간다. 외가 식구들을 만나고,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는 등 평범한 가족에 관한 환상을 어김없이 깨지는 내용이 담겼다. 사랑하는 고양이 코코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위녕이 받아들이기엔 현실은 부담스럽다.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
받아들이기 힘들 법한 현실 속에서도 위녕에겐 이런 건강한 낙관주의가 살아있다. 심각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웃음과 유머가 이를 대신한다. 세상 모든 가족들이 공감할 만한 평범한 고민으로 풀어냈다.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황금가지)는 미국 인기 SF작가 데이비드 제롤드가 쓴 책이다.
가족간 소외와 존재를 화성과 지구라는 절대적인 간극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작가가 아들 션을 입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동성애자 독신 남성 데이비드와 여덟 살짜리 데니스의 '가족 되기'를 담는 과정. 주인공 데니스는 연이은 입양 실패로 상처가 많다. 데이비드가 자신을 버리더라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화성인이라고 여기는 대목은 뭉클하다.
진정한 아빠의 역할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미국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 국내에선 영화'화성 아이 지구 아빠' 로도 개봉돼 주목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