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mm 안 공간에 우주를 담는다'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인 김경호(47·사진)씨가 고려 시대 대표 문화유산인 사경변상도(寫經變相圖) 700여년 만에 재현했다. 불교 경전을 배껴 쓰고, 경전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것.
조계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그의 전시회 주제는 '일미리중함시방(一米里中含十方)'. 1mm 공간에 5∼10개 금선을, 4cm도 안되는 공간에 2만5000개 금선으로 무궁화 한송이를 피워냈다. 1cm에 공간에 1000여개 불상을 앉혀 불가사의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번 전시엔 국보 215호, 국보 235호, 보물 752호 등 '화엄경 보현원행품 변상도'를 비롯해 사경 작품들이 선보였다. 원작의 어색한 부분을, 정밀하지 못한 부분을 바로 잡았다. 중국풍으로 표현된 등장인물을 한국적인 얼굴 표정으로 바꿨으며, 보살처럼 표현된 사천왕도 위엄 있는 모습으로 다시 그렸다.
"하루 꼬박 12시간을 무념무상으로 몰입해야 5∼8cm 진도가 나갑니다. 금 빛깔이 잘 드러나는 온도가 30∼35도이기 때문에, 8월에도 히터를 켜고 32도 이상 온도를 유지해야 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꼬박 걸리는 시간은 3∼8개월. 감지에 손때가 묻어날까 1시간마다 손을 씻고 종이 위 먼지도 수시로 닦아아낼 만큼 온몸, 온정신으로 밀고 나가는 작가의 공력이 느껴진다.
특강을 제외하고, 3개월 이상씩 두문불출하며 작업했던 탓에 건강관리도 쉽지 않았다. 앞니와 양쪽 어금니가 다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는 분업을 통해 이 작업이 이어갈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가 차원의 조명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
전북대 국문과,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원광대 서예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서예문화정예작가 100인초대전 등 많은 전시에 참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