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의 `방송통신융합시대의 방송광고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1공영-1민영' 미디어렙의 제한적 경쟁체제 방안을 제시, 주목을 받았다.
발제를 맡은 이 연구위원은 `미디어렙 경쟁도입 효과 분석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방송광고 시장이 28년간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체제로 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제도 변화는 시장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고 지역 및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단기적으로는 시장기능 도입을 목표로 `1공영-1민영 미디어렙'의 제한경쟁 체제를 구축하되 중장기적으로 경쟁활성화와 시장자율화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공영 미디어렙은 향후 방송산업 구조개편 결과에 따라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사의 광고를 판매 대행하고, 민영 미디어렙은 SBS 및 지역민방 등 민영방송의 광고를 판매대행토록 하는 구조다.
이 연구위원의 제시안은 그동안 논의됐던 방송광고 시장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정리, 제도전환에 따른 부작용과 충격을 최소화하되 시장기능을 일부 도입하는 단계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경우 민영 미디어렙은 민영 방송사의 자회사 형태로 설립토록 하고 초기에는 허가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가제를 전제로 공.민영 미디어렙으로부터 출연금을 징수,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및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광고수입의 30∼35%를 연계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민영방송은 경쟁체제 도입에 따라 광고매출이 첫 해에는 136억원, 이듬해에는 246억원이 감소하면서 적자 경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계판매에 90%를 의존하고 있는 종교방송도 경쟁도입 첫 해에 광고매출이 191억원이나 줄면서 도입 첫 해부터 경영상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위원은 "이들 취약매체가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 경쟁체제 도입 초기에 적절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미디어렙들의 출연금으로 지원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방송광고의 가격규제 폐지로 시장기능에 의해 광고단가가 책정되면서 전체적으로 평균 광고단가가 9.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위원은 코바코 조직도 충격 최소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공영 미디어렙으로서 현체제를 유지토록 하되 장기적으로는 광고진흥과 광고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 케이블TV 등 뉴미디어에 대한 광고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디어렙이 방송광고 외에 뉴미디어에도 진출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박현수 단국대 언론홍보학부 교수는 지난달 광고주, 방송사, 학계 등 관련 인사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7%가 광고판매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했으며 그 효과에 대해서도 68.5%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바람직한 미디어렙 구성방안을 묻는 질문에 `완전 경쟁체제'가 34.4%로 가장 많았고 이 연구위원이 제시한 `1공영, 1민영 체제'는 24.3%, `방송 3사 및 자회사 체제'가 19.7%, `2개 미디어렙 경쟁 체제'가 10.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