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대통령' - 권순택

권순택(제2사회부장)

지난달 말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공무원모임 때문에 세상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름하야 '영포회'. 옛 영일군과 포항시 출신 5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 모임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다 보니 이들 역시 세간의 이목을 피할 수는 없다.

 

이 모임에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박승호 포항시장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포항 남구가 지역구인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당초 참석키로 했지만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들의 발언 내용.

 

"이렇게 물 좋을 때에 고향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박승호 포항시장-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이 대통령과 이 전 부의장의 후광으로 동해안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예산을 다루면서 아무리 대통령이 어렵고 정권이 어려워도 성공을 위한 헌신을 바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병석 위원장-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숨과 한탄소리만 높아가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의 고향만 잔치판이라니... 국민들의 고통과 신음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최시중 위원장은 건배사로 '이대로', '나가자'고 제의했다 한다.

 

실제 국회 국토해양위의 내년 예산증액분 자료에 따르면 포항지역의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집중적으로 증액됐다. 영일만항 건설 208억원, 포항~삼척, 울진~포항 철도건설 300억원, 영일만 2산단 진입도로 139억원 등 모두 1000억원에 달했다. 타 지역보다 월등히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병석 위원장이 743억원,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218억원을 증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일만항 건설 1조5000억원, 포항~안동 국도건설 1조235억원, 포항 외곽순환도로 건설에 1조8000억원 등 총 4조원대가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 신규사업으로 추진중인 전국 주요 도로 건설사업비중 40.2%가 포항지역과 연관된 사업이라고 한다.

 

이러니 인접 지역구 의원 입에서도 "노났다"는 말이 나올 법 하다.

 

'영포회' 회동을 접한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총체적 경제난국으로 서민들은 도탄에 빠졌는데 대통령 고향만 노가 나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전북은 더욱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대통령을 만들고도 지난 10년동안 되레 역차별만 당해왔는데 포항은 벌써부터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하니 허탈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포항에선 대통령 공원조성 계획을 세웠다가 거센 비난이 일자 취소했다 한다.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대통령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권순택(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