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명령 안따른 경찰 항소심서도 유죄

검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찰 간부에게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10일 인권옹호 직무명령 불준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김모(45) 경정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는 한편 자격정지 6월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는 적법하고 타당한 검찰의 수사지휘를 경찰이 준수해야 함을 명확히 하는 한편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다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빚어진 검찰과 경찰 사이 갈등에 연루된 경찰 간부가 공직에서 물러나는 일은 막으려는 '솔로몬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권옹호 직무명령은 무리한 구속 등으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토록 규정돼 있다"며 "자진출석한 피의자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는 행위가 적법한지 의문을 가진 검사의 이번 사건 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공무원으로서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직무상 책임에 있음에도 인권옹호 직무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문란하게 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번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갈등에 따른 것인 데다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온 점 등을 감안해 1심보다 가벼운 자격정지형을 선택하는 한편 직무상 불이익이 없도록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경정은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유감스럽지만 형량이 줄고 내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점은 고무적"이라며 "변호사와 상의해 상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경정은 2006년 12월 사기 혐의 피의자를 긴급체포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경위에 관한 피의자 진술을 직접 들으려는 검사로부터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고도 이에 따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9월 1심에서는 징역 8월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경찰 간부 등 10여명이 나와 판결내용을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