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합격자 발표 이후, 지역 로스쿨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지역 대학 출신 합격자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지역 대표 로스쿨을 운영하는 대학의 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임을 도민들께 약속드린다.
그러나 지역 로스쿨이 수도권 출신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로는 최근 들어 우리 지역 대학에 입학하는 우수 고교 졸업생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전북대의 경우만 보더라도 80년대 중후반까지 이른바 'SKY'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경제적 이유 등을 고려해 전북대로 진학하였고, 그 결과 상당 기간 동안 전국 대학 랭킹 5위 안에 들었었는데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로스쿨이 지역 인재들을 확보하지 못했다하여 일방적인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모든 일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지금은 우리 지역의 로스쿨을 앞으로 어떻게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지, 시작단계의 일을 가지고 확대시켜 매도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3년 후면 변호사 합격자 수나 합격률을 근거로 해서 전국 로스쿨의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로스쿨 정원이 2,500명인데, 3년 후 '신사법시험' 합격 인원은 1,500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 서울지역 로스쿨의 합격자 수가 많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각 지역의 지자체들은 지역 로스쿨을 육성?지원해서 합격자를 많이 내는 명문 로스쿨로 만들기 위하여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예컨대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 유성구는 각각 3억 원씩 9억 원을 충남대에 지원하기로 했고, 제주도와 제주시 등도 매년 10억5천만 원씩 10년간 제주대에 지원하기로 했다. 영남대에도 경상북도가 매년 4억 원씩 학생의 출신지역 제한 없이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외에도 많은 지자체에서 로스쿨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역 대학의 로스쿨, 나아가 지역 대학이 발전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지역의 로스쿨이 지역 출신 입학생을 많이 내지 못했다고 하여 전라북도가 지원하기로 했던 '로스쿨 장학금'(전북대의 경우 1억4천만 원)을 도의회가 전액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는 로스쿨 육성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너무 성급한 판단으로 당혹감과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
자기 대학 출신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출신을 단 한명도 입학시키지 못한 제주대를 비롯하여, 합격생 비율이 우리와 거의 비슷한 충남대 등 어느 지역에서도 원래 약속한 지자체 지원금을 줄이거나 전액 삭감한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라북도의 장학금 지원 약속에 따라서 전국적으로 로스쿨 입시 공고를 냈고, 그것을 보고 지원한 합격생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을 시에는 전라북도와 지역 로스쿨의 공신력에 큰 흠집이 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책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전라북도가 약속한 장학금 지원은 지역 로스쿨의 육성?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전라북도는 물론 다른 지자체에서도 지역 로스쿨의 발전과 육성을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서거석(전북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