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괜찮은' 영화를 택했을 때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괜찮지 못한' 영화를 선택하게 되면 돈 7,000원도 두 시간 정도의 시간도 모두 버리게 된다는 뜻. 그래서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한편을 꼽기가 어렵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미뤄 새로운 영화가 없는 탓도 있지만 포스터에서부터 '꽂히는' 영화가 없으니 슬플 따름이다.
그래서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두 편이다. 시대 배경이 옛날이라는 점과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점 등 비슷한 점도 많은 한국 영화 '미인도'와 '1724 기방 난동사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 관전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
▲ 미인도(멜론, 로맨스/ 108분/ 18세 관람가)
화원 가문의 막내딸이자 훌륭한 그림 실력을 가진 7살 윤정(김민선). 오빠 신윤복에게 남몰래 그림을 그려주며 행복하던 소녀의 일상이 오빠의 자살로 바뀌어 버린다. 그림을 위해 여자라는 성(姓)과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오빠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그의 그림은 조선 시대 최고 화가로 불리던 김홍도(김영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하면 음란하고 저급하다며 시기와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림을 위해 남자로 사는 주인공의 사랑의 감정과 재능을 그린 영화.
미인도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같은 신윤복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광고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도 쏠쏠한 홍보 효과를 누렸고, 사람들의 관심이 민화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영화 제목이 노출 됐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것일까? 너무 많은 배드신과 자연스럽지 못한 스토리 전개를 보면 마음이 안타까울 따름. 애초에 신윤복의 작품 미인도가 그의 자화상일 것이라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가설에서 출발 했음에도 중간에서 제대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자 배우들의 연기가 꽤 괜찮다는 것(극 중 김홍도의 매력발산은 100점이다)과 그림과 한복 같은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카마수트라를 보는 듯한 장면도 사실 영화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재미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 1724 기방 난동 사건(코미디, 액션/ 103분/ 15세 관람가)
1924년 경종 집권 말기. 당파싸움은 절정에 이르고 전국 세력들은 다투기 시작한다. 이 상황을 바로 잡고자 많은 '주먹'들이 나서고, 조선 최고의 주먹 천둥(이정재)과 그를 제거하려는 야심가 만득(김석훈),의 신경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진다. 그리고 설상가상 이 둘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선 최고의 미색 설지 (김옥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꼬여 가는데.
'현대의 조직폭력배가 조선시대로 간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영화답게 퓨전 사극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한복은 앙드레김 선생님의 작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히피나 그런지 룩에 가깝고 기생들의 춤은 현대무용을 보는 듯하다. 그동안 사극들이 보여주던 양반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어 탄생 시켰다. 무엇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이정재와 김석훈의 연기변신. 다른 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 두 배우는 영화를 선택할 만큼의 값어치가 있다.
퓨전 사극이라고 시작부터 만들었기에 음악이나 옷, 그 외 시대상을 거스르는 배경들은 오히려 재미로 보여 진다. 하지만 이런 재기발랄한 배경 속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구조를 놓쳐 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만다. 너무나 다양한 소재가 섞여 그 뿌리를 잃어버린 것도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