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한 TV오락프로그램, 특이한 이름을 가진한 사내아이가 학교 옥상에서 독특한 동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고 고교생 스타가된다.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코너에서 "우리나라에 판씨도 있습니다. 판-유-걸-"이라고 목청껏 소리치며 판씨 성의 존재를 전국에 알린 판유걸이다.
그 후 10년 만에 KBS 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 김규태)을 통해 그가 연기자로 돌아왔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출신인 판유걸은 SBS 시트콤 '행진'과 영화 '이대근, 이댁은' 출연 경험이 있지만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연극부 활동을 했고요. 마음이 있었는데 운 좋게 방송에 나가면서 방송을 하게 된거죠.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가 되지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활동하면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인기가 떨어졌고 연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단숨에 유명세를 타게 돼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으나 스스로 원하던 연기자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특한 끼로 유명해졌지만 그 이미지는 연기자 변신에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옥상 위의 코믹한 소년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진지한 영화에는 오디션 참가조차 거절당하자 그는 개명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어디 가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판-유-걸' 동작을 시키거든요. (웃음) 항상 코믹하고 가볍게만 보니까 변화를 주려고 이름을 바꿔볼까 고민했죠. 갑작스럽게 유명해져 인생이 바뀌었고 그 덕을 본 것도 많지만 그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길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 것도 있으니까요."이런 고민을 겪으면서 활동이 뜸해졌고 그는 대학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았다.
군대에서도 조교 생활을 하던 중 MC도 발탁돼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고민하던 그에게 담당 교수였던 연기자 이순재의 "쌓아온 이미지를 버리지 말고 장점으로 살려라.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조언은 큰 힘이 됐다.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인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는 극중 지오(현빈)의 조연출인 사고뭉치 캐릭터 철이 역으로 출연 중이다. 자신의 이미지에 잘 맞는 부담 없고 재미있는 역할인 셈이다. 그 속에서 그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고 부담도 컸어요. 처음에는 다들 잘 모르다가 조금씩 알아보시더라고요. 연기가 엉망이라는 소리는 안 들어서 다행이죠.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이지만 지금 제 위치에서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 만족해요." 이제 연기자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그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판유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연기자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은 특이한 이름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름 때문인지 10년 전 판유걸을 기억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스타로 주목받고 싶은 마음보다는 판유걸만이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손현주 선배님처럼 언제나 꾸준히 주목받으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