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광풍제월(光風霽月)

무자년 한해의 끝자락이다.한해를 회고할때 무척 힘들었다는 뜻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다는 말을 쓴다.지난 가을부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져 우리 경제가 어렵다.우리 국민들은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를 살려 놓겠다고 공약한 이명박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경제난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경제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건 이후보를 선택했던 것 아닌가.이대통령은 미국산 수입소고기 파문으로 대규모 촛불시위에 부딪쳐 자신이 구상한 개혁정책은 한발짝도 펴 나가지 못했다.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글로벌 위기가 쓰나미처럼 온 세계를 강타해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환율만 치솟았다.

 

지난 2005년부터 교수신문이 선정하고 있는 희망의 사자성어에 올해는 광풍제월(光風霽月)을 선정했다.새해에는 그 동안의 갖가지 난제와 의문이 씻은 듯이 풀리고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는 뜻으로 이 사자성어를 선정했다.그러나 정권교체로 빚어졌던 혼란과 갈등은 치유되지 않은채 앙금만 남았고 경제난은 오히려 극복되기는 커녕 더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이대통령 지지도도 강부자내각 구성과 촛불시위에 부딪쳐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도력 위기를 맞았다.

 

원래 광풍이란 말은 초나라 초사(楚辭)에서 왔다."해가 떠오르자 바람이 불어서 풀과 나무들이 광색(光色)이 있다"는 뜻이다.곧 아침해를 받아 온갖 식물들이 맑고 고운 생기를 띄고 있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제월(霽月)은 비가 그치고서 나온 달을 뜻하므로,밤에 비가 그치고 난 뒤에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정말로 맑고 깨끗한 오염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이같은 마음을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그의 두 아들에게 편지로 전했다.'사대부의 마음가짐은 광풍제월과 같아 털끝 만큼도 가려진 곳이 없어야 한다'면서'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윤택해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나온다'고 했다.

 

광풍제월은 북송의 시인 황정견(黃庭堅)이 유학자 주돈이의 인품을 표현한 말로 송사(宋史)에 나와 있다.정견은 주돈이에 대해 "인품이 심히 고명하며 마음결이 시원하고 깨끗함이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갠 날의 달과 같다"고 칭송했다.이 같은 마음이 주돈이의 성품이다.일본에서는 올 해의 한자어로 변(變)을 선정했다.세상살이가 올 사자성어와 반대로 가 고단한 해였지만 새해에는 광풍제월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