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성별' 논란이 회화사적 위업 가려

"혜원 신윤복은 당연히 남자입니다. 그의 그림이 여성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어 여자라는 논란이 있는 듯 하지만 그가 남자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8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후기 풍속화와 여성성' 특강에서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일반인들이 혜원을 여성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드라마나 영화가 혜원을 여성으로 표현한 원인에 대해 "동성애와 포르노그라피가 만연한 오늘날의 문화가 혜원을 여성으로 그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며 "혜원의 성별에 대한 논란을 하는 동안 그의 특출한 재능이 묻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매체들이 혜원이 기방출입을 자주 해 기방의 유흥을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데 기방출입이나 하는 사람은 절대로 이런 수준의 그림을 내놓을 수 없다"며 "혜원은 여성의 생활상을 낱낱이 포착한 작품들로 김홍도, 김득신과는 또 다른 회화사적 위업을 달성한 위대한 인물"이라며 "일반인들이 천재 화가로서의 혜원의 진정한 면모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조선후기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나타난 당대 여성들의 패션감각이 조명됐다.

 

이 교수는 "신윤복과 김홍도 등 조선시대 풍속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 시기 여성들 대부분이 색깔이 있는 옷을 즐겨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 여인들의 패션감각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19세기 당시 세계 패션계를 주도한 프랑스 파리 여인들이 하얀색과 파란색을 섞어 옷을 조합시켰는데 우리 여인들은 이보다 앞서 파란색으로 물들인 치마에 흰색 저고리를 즐겨입었다"며 "이 외에도 파랑과 분홍, 빨강과 노랑, 초록과 빨강으로 상.하의 색깔을 '콤비'로 조화시킨 모습도 풍속화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 후기 여성들은 소위 'S라인' 스타일을 좋아해 저고리는 꼭 맞게, 치마는 풍성하게 입어 몸의 곡선이 옷 밖으로 내비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혜원은 바로 이러한 여성들의 미의식 변화와 성문화 개방 추세를 정확하게 포착해 그림에 담아내는 재능이 있었다"며 "게다가 이해하기 쉽고 해학미가 흘러 당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