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매사냥 시연회 '맥빠진 행사' 전락

계획성 없는 행사 진행으로 인건비만 축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맥을 잇기 위한 목적으로 해마다 이맘 때 진안에서 여는 '매사냥' 시연회가 예산만 축내는 맥빠진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행사에 동원되는 '매몰이' 등 적잖은 인건비가 소요됨에도 불구, 정작 매사냥의 묘미인 꿩 잡는 모습이 제대로 연출되지 못하면서 지적됐다.

 

실제, 지난 19일 진안 백운면 운교리 마을 앞산에서 열린 지방무형문화재 박정오씨(66)의 전통적 매사냥법 시연회에서 단 한마리의 꿩도 잡지 못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20여 명의 구경꾼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이날 시연회에서 박씨는 '애기야∼'라는 소리와 함께 길들여진 '수진이'를 통해 매사냥을 시도했지만 결국 꿩을 낚아채는데는 실패, 구경나온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시연회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땅 바닥만 기어다니는 꿩 한 마리만 간신히 목격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날 매사냥에 동원된 인력만 10여 명. 꿩을 잡는 '봉받이', 꿩을 모는 '털이꾼', 매나 꿩이 날아간 방향을 털이꾼에게 알려주는 '매꾼' 외에도 사냥개 2마리까지 가세한 결과가 이렇다.

 

소요 예산 대부분이 이들 인건비에 거의 충당된 현실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소득없는 3시간 남짓한 시연회를 위해 140만원의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

 

계획성없이 행사 날짜를 잡은 게 원인이 됐다. 주최 측은 '꿩은 눈 오는 날 많이 잡힌다'는 상례를 무시한 채 꿩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화창한 날을 택해, '알맹이없는 시연회'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무형문화재 박씨로 하여금 정해진 날짜를 택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라는 군 측의 해명과 달리, '매사냥의 모태인 백운지역에 꿩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진안군은 지난해 3월 전북도로부터 무형문화재(20호)로 지정받은 지역의 유일한 '매꾼' 박씨에게 매달 70만원의 전수활동비를 지급해 오고 있으며, 현재 후계자로 아들 신은씨(42)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박씨는 작고한 매꾼 김용기씨로부터 사냥법을 전수받아 1982년부터 본격적인 매사냥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