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같아 셋이 모였다.'
장르와 주제, 형식 그 어떤 것에도 묶여지지 않는다. 현대예술에 대한 순수하고 치열한 열정으로 패기만만했던 30대 젊은 작가들은 이젠 중진 작가군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서양화가 김두해(54) 선기현씨(52)와 사진작가 이흥재씨(54)의 스물한번째 삼인전.
김씨는 맑고 깨끗하나 지조와 절개가 서려있는 소나무를 통해 민족의 긴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겉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바라본 생명력이 화폭에 담겼다. 한국적 정서를 새롭게 모색해가는 작가의 고뇌가 밀도있게 보여진다.
색의 양면성을 잘 활용하는 선씨는 올해도 화려한 캔버스를 선보였다. 흑백 위주의 무채색은 이미지가 우선되지만, 원색 계열의 색조는 가감없는 작가 본연의 내면을 대신한다. 작가의 서정적인 이미지를 생동감있게 안고 가는 것이 특징.
이씨의 사진은 나무, 들판 같은 구체적인 형상보다 여백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늘상 보는 풍경이지만 '바람 그리고 빛'을 포착해 자연의 향기를 깨운다. 찬란한 햇살 한 줄기와 바람소리는 나무가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아 화폭에 여백을 담은 것.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는 관계없이 서로가 서로를 믿는 힘이 묻어난다. 자기 세계를 확고하게 보여주면서도 편안함을 유지하는 비결은 창작에의 열정과 실험정신의 산물.
무채색의 허전함이 아닌 희망과 생명의 유채색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