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구름속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데이비드 위즈너의 '구름공항'

곧 한해가 마감돼간다. 초등학교도 곧 방학이 될 것이고.

 

그럼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신도서관 어린이실도 아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일 것이다.

 

요즘 기다란 아파트 속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 되더라도 또 다른 틀속에 갇혀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학기 중에 못했던 앞으로 더 해야하는 학습의 쳇바퀴 속에서 다들 그리하고 있으니까.

 

시골에서 자란 나는 이즈음 겨울을 떠올리면 추수가 끝난 논두렁을 뛰어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스름한 노을 속에서 웃던 친구들의 얼굴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도 누런 콧물을 연신 닦아내던 까맣게 때가 잔뜩 긴 손목언저리 옷자락 기억이 가끔 실없는 웃음을 피식거리게 만든다. 그렇게 실컷 뛰어놀다 해질녘에 되면 한명씩 집으로 사라지곤 했다.

 

친구들이 거의 다 사라질 때 즈음이면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논두렁길을 터덕터덕 걸으며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에게 또 다른 친구가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그 친구는 석양 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포근한 구름이였다.

 

 

커다란 덩치를 하고선 나에게 다가오는 구름을 보며 구름을 타고 우리집으로 날아간다거나 하는 그런 소소한 상상들을 하곤 했는데,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내 옆에 있던 볼이 밝그레한 구름들은 아직도 어릴 적 행복한 기억으로 생생하다.

 

이런 아이적 추억들을 다시금 기억에 떠올리게 하는 책이 바로 「구름공항」(중앙출판사)이었다. 구름 느낌을 이처럼 잘 형상화한 그림책이 있을까. 원서명의 제목은 「sector7」인(구지 제목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뜻인 듯 하다) 이 책은 글이 없이 글로 표현해야 하는 세세한 사항을 모두 그림으로만 보여주고 있다. 칼데콧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데이비드 위스너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그림책이다.

 

책의 내용도 단순하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구름과 친구가 된 사내아이. 사내아이는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 구름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구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는 곳이 바로 '구름 공항'인 것. 이 곳에서 사내아이는 구름들을 갖가지 멋진 모양으로 변신시켜 준다. 구름공항 직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떠 다녀야 하는 구름들에게 이 일은 정말 신나는 경험이 된다. 구름들이 온갖 종류 물고기들로 변하자 구름 공항 직원들은 아이를 다시 땅으로 내려보려고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실을 이용하는 엄마들에게 안타까울 때는 아이는 이미 관심이 떠나있는데 엄마 혼자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방적인 독서에 싫증을 느끼곤 한다. 또한 아이들은 줄거리나 글자에 상관없이 그림에 쉽게 몰두한다. 어쩌면 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일지도 모른다.

 

저 높은 하늘 위 구름 속에는 어떤 세상이 숨어 있을까? 글이라곤 간판 글씨 밖에 없는 그림책.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펼쳐지는 이 책은 어릴 적 우리가 그랬듯이 우리 아이들이 구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유수진(전주시립서신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