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계속된 사극 열풍이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사극의 인기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사극의 전성시대는 지난 것일까. 아니면 2009년 다시 살아날 것인가.
2006년, 2007년 연말만 해도 '사극 열풍'이란 말로 한해 방송가 콘텐츠가 요약됐지만 올해에는 사정이 다소 달라졌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한 2008 드라마 시청률 순위를 보면 상위 10위 내 사극은 평균 시청률 30.5%로 3위에 오른 MBC '이산'이 유일하다.
상위 20위에는 SBS '일지매'(21.5%)가 11위에 올랐으며, 여름특집으로 방송된 KBS 2TV '전설의 고향'(16.4%, 20위)을 포함해도 3편이 전부이다. 이는 사극 열풍이 절정에 달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2007년 드라마 순위에는 무려 45.5%의 시청률로 1위에 오른 MBC '주몽'을 비롯해 KBS 1TV '대조영'(28.6%, 6위), MBC '태왕사신기'(27.0%, 7위) 등 세 편이 10위 권에 포함돼 있다. 20위 권에는 MBC '이산', SBS '왕과 나', SBS '연개소문'까지 총6편이 올랐다.
현재 사극은 시청률을 떠나 양적으로도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SBS '바람의 화원'과 KBS 2TV 대하드라마 '대왕세종' 등이 종영되면서 현재 사극은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의 나라'만이 방영되고 있다.
사극 제작이 위축되는 양상은 제작비와도 관련이 깊다. 경제 위기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나선 상황에서 제작비 규모가 큰 사극 제작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KBS는 이른바 '시즌제'라는 명목으로 대하드라마를 매년 한 편씩 편성하기로 하고 '대왕 세종' 후속작 '천추태후'의 첫방송을 1월로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 사극 열풍이 사그라질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 2009년 초부터 사극 열풍을 이어갈 새로운 사극들이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KBS 2TV는 채시라가 주연을 맡은 '천추태후'를 새해 초인 1월3일부터 방송하며 사극 열풍에 다시 불을 붙일 준비를 하고 있다.
MBC도 고우영의 만화 '일지매'를 원작으로 '궁'의 황인뢰 PD가 연출을 맡은 정일우, 윤진서 주연의 '돌아온 일지매'를 1월 방송할 예정이다. 또 한민족 5천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임금인 신라 선덕여왕의 이야기를 다룬 이요원, 고현정 주연의 '선덕여왕'도 준비 중이다.
SBS는 고구려 시대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에서 모티브를 딴 정려원 주연의'왕녀 자명고'를 2월 방송할 예정이다.
이응진 KBS 드라마기획팀장은 "현재 사극이 잠시 주춤하다고 인기가 떨어졌다고보기는 어려우며 내년에도 새로운 사극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다만 제작비 문제로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사극을 기획하기가 쉽지 않고 질적으로 부실해질 우려도있어 사극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