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에 노출된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그리 밝은 전망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장기불황과 구조조정 등으로 혹독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공공기관이고 기업이고 가계고 온통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결, 각종 사회갈등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시작은 항상 설레게 마련이다. 신선하면서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플라톤은 "잘 시작한 일은, 반은 벌써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 말과 상통한다.
R.W. 에머슨은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조그만 씨앗이 하늘을 찌르는 큰 나무가 되는 것을 보라. 행복도 불행도 성공도 실패도 다 그 시초는 조그만 일에 배태하고 있다"고 했다. "낙락장송(落落長松)도 근본은 종자(種子)"라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노자(老子) 역시 "천리를 가는 것도 발밑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것에 남상(濫觴)이란 말이 있다.'순자(荀子)'와'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오는 말로 모든 사물의 시발점을 가리킨다. 원문은 "원래 양쯔강은 민산에서 시작되는데, 그것이 시작될 때의 물은 겨우 술잔을 띄울만한 여윈 물흐름이었다.(昔者 江出於岷山 其始出也 其源可以濫觴)"는 것이다.
맹자(孟子)도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헛되이 먼 곳을 찾고 있다. 일은 해 보면 쉬운 것이다. 시작을 하지 않고 미리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쳐 버리는 것이다"고 갈파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너무 큰 성공을 기대하지는 말 일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어느 소설가가 자기 초기의 작품이 어찌나 유치한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자기를 비판했다. 그것을 듣고 안톤 체호프가 말하기를'천만의 말씀, 그것이 순조로운 출발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햇병아리 소설가가 성공에서부터 출발한대서야 그 사람은 파멸입니다'라고 했다."
하루의 시작, 한 달의 시작, 한 해의 시작에는 무한한 희망과 기대가 담겨있다. 어렵다지만, 올 한 해 힘차게 새로운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