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보험, '사람' 아닌 '소'에 들었다

1897년 6월 발행 '소 보험증서' 발견…신세계박물관 소장

보험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이 땅에 등장한 것은1897년 무렵이라고 보고돼 있다. 이 최초의 보험에서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소였으며 최초의 보험 영업을 개시한 회사는 '대조선보험회사'였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최초의 '소 보험'은 발행 일자가 대한제국 광무(光武) 원년(1897년) 8월이다. 이 보험증권은 현재 신세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보험증권은 대조선보험회사가 함경도에서 발행한 것으로 '대조선 농상공부'가 '관허'(官許) 즉, 관청에서 공식 인가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보험증권에서 다소 특이한 점은 발행 일자로 '광무 원년 8월'과 함께 '건양(建陽) 2년(1897년) 6월'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건양이라는 연호는 1897년 8월16일까지만 사용되고 그 이후에는 '광무'로 대체되는 까닭에 이 보험증권이 실제 발행된날짜는 나중 날짜인 광무 원년 8월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보험증권에 '건양 2년 6월'이란 날짜는 왜 넣었을까? 지금까지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의문을 일거에 풀어주는 한국 최초의 보험증권이 발견돼 주목을 받고있다.

 

서울 인사동의 근현대사 자료 전문 컬렉션인 '시간여행'(대표 김영준)은 최근 한 개인 소장가가 '건양 2년 6월'에 발행된 소 보험증서의 감정을 의뢰해 전문가 감정을 거친 결과, 한국 최초의 보험증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증서는 기존에 알려진 광무 원년 8월 발행 '소 보험증서'와 거의 똑같지만, 발행 일자가 '건양 2년 6월'로 돼 있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김영준 대표는 "이 새로운 자료를 통해 신세계박물관 소장 보험증서에 표시된 '건양 2년 6월'이라는 또 다른 날짜가 바로 국내 최초의 보험제도인 '소보험제도'가 이 땅에 도입돼 실시된 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아울러 국내 최초의 보험증서를 발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보험증권에는 소의 털 색깔과 뿔 여부가 표시됐으며, 크기에 따라 대우(大牛.큰소)는 100냥, 중우(中牛.중간소)는 70냥, 소우(小牛.작은소)는 40냥의 보험금이 책정되고, 보험료는 일괄로 1마리에 엽전 1냥이 표시됐다.

 

이에 의하면 소는 크기에 상관없이 마리당 1냥을 보험료로 냈으며, 이 소가 죽으면 크기에 따라 40-100냥의 보험금을 타기로 돼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당시 이 소보험 실시에 따른 각종 폐해를 질타한 독립신문 보도내용과 합치되고 있다.

 

이완용의 형이자 당시 농상공대신인 이윤용이 도입한 이 소보험 제도가 원성이 자자했던 까닭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는 아예 시장에서 매매를 할 수 없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렇게 도입된 소보험 제도는 시행 100여일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이번에 발견된 국내 최초의 소 보험증서는 11일 방영될 KBS '진품명품'에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