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세군 자선냄비는 경제 한파 속에서도 펄펄 끓었다. 역대 최고였던 2007년 모금액보다 14%나 늘었다. 기업·단체 기부는 줄었지만, 개인 기부가 20% 가량 늘었기 때문. 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에서도 사회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기부형 금융 상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까지 현금화하는 등 다양한 나눔의 채널이 생겨나면서'선한 자본'의 씨앗을 퍼트리기 위한 움직임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 예금 가입하고 기부금 내고
신한은행 'CDA 적립예금'은 지난해 4월부터 저소득층 어린이 자립자금 형성을 위해 마련된 상품이다. 어린이 본인이나 후원인이 예금을 적립하면 3만원 내에서 정부가 동일한 금액으로 지원하는 방식.
하나은행의 '사랑 하나 더하기 정기예금'은 가입 금액의 0.1%를 기부금으로 조성해 홍명보 장학재단을 통해 불우아동에게 전달하는 상품이다. 금리가 연 6.5%인 1년제 정기예금. 최저 가입금액 100만원부터 5000억원 내에서 올해 2월까지만 판매된다.
하나은행의 '공익신탁'은 학교 교육시설, 저소득층 자녀 학비를 지원하고, 결식 아동을 위한 아동복지시설 등을 돕는 상품이다. 일반 가입자들의 신탁 원금이나 이자 수익금 등을 사회 복지사업에 기부하는 방법이다.
국민은행의 '캥거루 통장'은 저소득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 예금이다. 계좌당 1000원 이상을 매칭그랜트로 조성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전달한다. 기본금리 연 3.4%에 각종 우대금리 0.5%p를 더하면 연 최고 금리 3.9%까지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KB사랑나눔통장'은 기부금을 필요로 하는 단체가 가입하는 상품. 금리우대·기부금납입증명서 발급 대행 서비스 등이 제공되며, 법정기부대상단체 및 지정기부대상단체면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아동발달지원계좌'는 저소득층 어린이가 18세 이후 쓸 수 있도록 돈을 모아주는 복지지원 시스템이다. 후원인이 매달 8만원 한도로 적립예금을 쌓고 정부가 3만원 이내에서 보조하는 방식이다.
▲ 보험상품으로도 기부를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원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도 선호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
국내 기부 보험을 도입한 ING생명의 '사랑의 보험금 캠페인'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수익자를 자선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지난해 보험금만 약 381억원이 모아졌으며, 150여 단체가 수혜자로 지정됐다.
푸르덴셜생명의 '푸르덴셜 기부보험플랜'도 수익자를 학교나 사회복지 단체, 병원 등으로 지정해 보험금을 해당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무배당 종신보험을 기본으로 최대 50억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개인 뿐 아니라 단체가 계약자가 되어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5년 아름다운 재단 후원으로 기부 보험을 처음 출시했다. 이어 서울대, 한국방송통신대, 인하대 등과 대학발전기금 기부보험 업무협약을 맺는 등 10여개 기부보험을 출시해 확산시키고 있는 상태. 현재까지 1500여명이 가입해 약 140여억원 기부금이 적립됐다.
삼성생명은 기부보험 협약을 체결해 학교발전기금 지원 보험을 선보였다. 이미 협약을 맺은 한림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울대, 한세대 등은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전체 기부 보험금은 70억원에 이르렀다.
대한생명는 기부 보험 청약 제도를 지난해 6월부터 시행했다. 보험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의 전부나 일부를 사회 복지 시설 등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 한도는 5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다.
▲ 카드 포인트로도 손쉽게 기부를
카드사가 운영 중인 기부 전용 사이트에 접속해 포인트로 기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은행 'KB 포인트리 카드'. 카드에 가입하고 사용한 실적이 있는 고객 한명 당 매년 1000원씩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부금 지급 총액은 총 3억 8700여만원.
신한카드 포인트 기부전용 사이트 '아름인(www.arumin.co.kr)' 누적 모금액은 3년여만에 15억원에 이르렀다. 기부금액도 늘어 지난해 9∼11월까지 4억여원, 지난해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카드는 '사랑의 펀드'를 운영해 백혈병, 소아암 등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삼성카드 홈페이지(www.s-amsungcard.co.kr)를 통해 포인트나 신용카드 결제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현대카드 사용자도 'M포인트'를 통해 1000포인트 단위로 기부할 수 있다. 1만 포인트 이상이면 소득공제 영수증을 받을 수 있으며, 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