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관심을 모았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경제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내놓은 고성장 경제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의 경우 중진국을 넘어서며 세계 16대 경제대국이란 자부심과 함께 선진국 진입을 운운하는 경제를 이루어 왔다. 이때쯤이면 국가 경제는 고성장 정책에서 안정 성장으로 선회하는 것이 상례이고, 자본주의 경제 특성상 그렇다.
실제로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 7%를 달성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경제성장률은 3-5% 수준이다. 7%대 경제 성장률은 1990년 전후까지 누리던 달콤한 과실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대선이란 정치 행사가 시작되면서 고성장 공약이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 장악에 성공했다.
이름하여 '747 공약'이다. 연간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이란 제목의 앞 숫자를 요약한 현 정권의 간판 공약이다.
정권 출범과 함께 이 공약에 대한 허구 논란이 일었고 현 정권은 이 공약은 실현할 수 있고, 실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꿋꿋이 견지했다.
미국발 경제 위기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자 이 약속도 슬그머니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실천 불가능하다는 공격이 이어졌고, 올해 예산안을 편성할 즈음엔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이라는 정부와 정치권의 실토가 잇따라 나왔다.
반토막 난 성장률은 이제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는 논란으로 번지며 점입가경이다. 눈치를 보던 민간 경제연구 기관들은 지난해 10월까진 정부의 성장률과 엇비슷한 수치를 내놓았으나, 구랍엔 급기야 1%대로 입장을 바꾸었다.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이란 끔찍한 단어가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냐, 2%냐, 1%냐 많은 사람들이 논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확한 답변을 지금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데 이어, 구랍 27일엔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국가경제 성장률이 7% 고성장에서 마이너스까지 추락하는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았고, 논란이 가열되면 마지못해 수치를 내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7%라는 수치가 원천적으로 잘못되었든지, 아니면 국가경제를 책임진 사람들의 예측 능력 부족이다.
전자가 이유라면 이건 경제를 한낱 정치의 도구로 마구 짓밟은 책임이 중차대하다. 또 후자가 이유라면 정책 입안자들이 무능을 인정하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물론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미국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고성장에서 마이너스 발언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예측은 언제나 실기에 실기를 거듭했다. 어쨌튼 결과만 놓고 판단하면 예측 능력도 정말 보잘 것 없었다.
여기에서 한가닥 희망을 가지면 안될까? 이제 막 시작한 새해가 마이너스 성장일 것이란 정부의 예측이 또 다시 틀리길 말이다.
/김경모(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