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주역 - 유남희

유남희(전북대 산학협동교수·(주)티에스팜 대표)

새 해 출발점에 서게 되면 누구나가 덕담과 더불어 발전적 구상으로 맞게 될 한 해를 긍정적으로 각오하게 된다. 그러나 유독 2009년 벽두는 모두에게 무엇인가에 짓눌린 부담감과 피로감으로 무력해져 생산적 활력을 찾아 보기가 힘든 모양새다.

 

허나 나약하고 초췌한 모습으로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는 시간에게도 너무나 민망한지라, 기를 쓰고 긍정적 자기 주문에 열심이고자 하는 필자에게 누군가 자존심을 건 시비를 건다. 작금의 경제난국의 원인이 MB정권의 무능함이 아닌, 세계적인 불황의 구도가 근본인만큼 현 정부의 경제철학을 이해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며, MB의 산업화 과정의 신화적 능력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기에, 옳고 그름을 이 자리에서 굳이 토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조국의 산업화에 대한 애국적 토론이 호도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 논란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었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이전의 여론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사람이 다름 아닌 박정희 전대통령이며 또한 숱한 사람들이 그의 평가를 두고 공과를 구별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많은 과오와 죄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루어낸 우리나라 산업화의 공적을 칭송해 마지 않는 것에도 부족해 그의 업적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정성을 다하기도 한다. 일견 타당성이 있고 수긍이 가기도 한다. 기아로부터 해방, 경부고속도로 등의 건설, 공업화의 신화, 수출실적의 비약적 성장 등등. 우리나라를 부흥시킨 경제성장의 기적을 달성하였기에, 그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일등 공신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수인 이 나라에서는 필자는 소수자이거나 비주류 지식인으로서 항상되어야 하는 것일까?

 

차분하게 한 가지를 떠올려 보자. 일본이 우리나라를 35년간 식민통치를 실시하였는데, 일본강점기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나라를 근대화시키기로 작심한다. 지금의 국내 주요 항만, 철도, 통신, 어린 시절 익히 다녔던 신작로(차가 다닐 수 있는 새로 만들어진 근대화 도로의 전형) 등이 당시 그들이 모두 만들고 이루었다. 결코 조선인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을 위한 수탈의 수단으로서. 일본의 일부 보수 우파들은 지금도 한국의 근대화는 이렇듯 자기네들이 이룩한 것이라며 한국은 자신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한다.

 

35년간 숱한 우리의 선조들을 죽음의 전장으로, 위안부로 내몰며, 역사위에 다시 기록되기 힘들 죄과를 저지른 그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이 땅 위에 건설한 시설들로 인하여 조국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우리가 자랑스러워만 할 수 있다면, 18년간 군부 철권통치로 이 땅의 수많은 영혼을 침탈하고 억압했던 세계적인 독재자가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노릇이다. 일본 식민통치가 조국 근대화의 자랑거리일 수 있다면, 박정희의 철권통치가 조국 산업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세대와 이념과 지역의 차이를 떠나서, 너와 나를 가르는 비난으로서가 아니라. 건강한 양심과 철학이 우선의 자리에 함께 하여야 만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경제도 바로 설 수 있는 노릇이다. 시간과 결과의 경제학 이전에 가치의 경제학이 우선될 수 있는 나라에 한 번 쯤은 살아보고 싶다.

 

/유남희(전북대 산학협동교수·(주)티에스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