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너, 은퇴계획 없다"

플라시도 도밍고, 1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서 내한공연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1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영국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왼쪽), 소프라노 이지영(오른쪽)과 함께 내한공연을 하기에 앞서 12일 오후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desk@jjan.kr)

"저는 바리톤으로 전향한 것이 아닙니다. 테너 역할이 아직 더 많습니다. 은퇴할 계획도 없습니다.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대중 앞에서 계속 노래할 겁니다. 내일 내한공연은 마법 같은 밤이 될 겁니다" 호세 카레라스, 2007년 타계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1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앞두고 12일 낮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1941년생으로 백발에 흰 턱수염, 양복 차림으로 나온 도밍고는 먼저 기자들에게인사한뒤 "한국 팬이 보여준 음악에 대한 애정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며 "다시 돌아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한국 공연은 3대 테너의 내한공연이 있었던 2001년 이후 8년 만이다. 리사이틀로는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한 1995년 이후 14년 만이다.

 

그는 올해 가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테너가 아닌 바리톤으로 음역을 바꿔 출연할 예정인 것과 관련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전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일부 무대에서 바리톤 역을 맡지만 아직 테너 역할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은퇴 여부에 대해 "더하거나 덜할 것도 없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며 당분간은 은퇴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현재 워싱턴 국립오페라단과 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젊은 음악가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으로 깊은 성취감을 느낀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그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제가 데뷔 40주년을 맞은 해여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3월15일 대형 갈라 무대가 예정돼 있고 이탈리아 라스칼라에서도 성대한 무대를 준비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도밍고가 운영하는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으로 2년 간 지원받은 한국 소프라노 이지영과 지난해부터 그와 활동해온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도 함께 한다.

 

이번이 첫 한국 공연인 두 사람은 간담회에 자리를 함께 해 "내일 무대가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영은 워싱턴 국립오페라 무대로 데뷔했고 앞으로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과 공연할 예정이다.

 

도밍고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으로 활동한 것이 미국 무대 진출의 계기가 됐다는 이지영은 이번 내한공연에 대해 "젊은 오페라 가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무대여서 도밍고에게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영은 베르디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을 부르고 도밍고와 마스카니의 '프리츠의 사랑' 중 '체리 듀엣'을 들려준다.

 

젠킨스는 "도밍고는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아티스트"라며 "나이가 젊거나 신인이어도 따뜻하게 대해줘 그를 존경하게 된다"고 말했다.

 

1980년생인 젠킨스는 오페라와 팝송,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 '제 2의 사라 브라이트만'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밍고는 이들에게 질문을 유도하는 등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도밍고는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간격을 많이 좁혔으면 한다"며 "내일 공연에도 이런 취지에서 친숙한 곡을 여러 곡 들려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한공연에서 부를 한국 가곡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어디에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유머로 넘겼다.

 

그는 "한국 무대에 다시 서게 된 것은 축복"이라며 "마법 같은 밤을 다 같이 즐기고 공유했으면 한다"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도밍고는 공연에서 바그너의 '발퀴레' 중 '겨울폭풍' 등을 부르고 젠킨스와 함께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을 들려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