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젠 장관들이 전면에 나설 차례"

쟁점법안 대치에도 `나 몰라라' 수수방관 "인터뷰 할까요, 말까요" 靑에 문의도

청와대가 각 부처 장관들에게 전선(戰線)의 전면에 나서도록 강력히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일례로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쟁점 법안 대치 과정에서의국회 폭력 사태를 앞서 비판한 것도 같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니 여론의 후폭풍을 이 대통령이 허허벌판에서 혼자 맞는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 판단이다.

 

청와대측은 대표적 사례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꼽고 있다.

 

지방 발전 전략과 동반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만 부각되는바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쟁점 법안 대치 과정에서도 각 부처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각 부처에 해당되는 법안의 경우 야당 의원들과 인연이 있는 부처내 고위급 인사들을 국회로 파견, 법안 내용과 취지 설명은 물론 전향적인 검토를 `읍소'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들이 전혀 없었다는 게 청와대측 시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前) 정부에서 기인된 관행으로 보고 있다.

 

전 정부 당시 청와대의 부처 개입이 극심하다 보니 자율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부처의 경우 "장관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할까요, 말까요"라고 청와대에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관들은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파악해야 한다"면서"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은 계열사 사장들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기 물건을 잘파는 데 가장 높은 인사 평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장관들이 다소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더라도 전력을다해 할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밤 방영된 KBS 신년 경제기획 `국민 대정부 질문, 경제 언제 좋아집니까'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 전광위 금융위원장이 출연토록 한 것도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장관은 출연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으나 청와대측이 강권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노출을 가급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장관들이 나설 차례이고 이 대통령은 현상 관리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와 국무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장관들의 현장방문과 정책홍보를 거듭 주문하고 있다.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은 정책의 내용과 취지를 숙지해 적극 전파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광화문, 과천 청사가 지나치게 관료화 돼있는 것 같다"며"자기 상품은 자기가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