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술"..잇단 잡음에 화랑가 긴장

"어휴 이 판국에", "연초부터 이게 뭐야".

 

화랑가에서 긴 탄식이 새어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급격한 침체에 빠져든 미술시장에 이번에는 그 파괴력을 가늠하기 힘든 '학동마을'이라는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화랑들은 앞서 2007년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의 불똥이 화랑가를 튀면서 이어진 혹독한 한파를 잊지 못하고 있다.

 

신정아 사건은 학력 위조 논란에서 출발해 미술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했고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시장 침체를 불러온 큰 변수로 작용했다.

 

특히 미술 시장의 큰 손으로 통했던 삼성의 미술품 구입이 뚝 끊기고 삼성미술관 리움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져 아직까지도 충격파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화랑가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이 보유하고 있다가 내놓은 '학동마을' 그림을 둘러싼 사건 전개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동마을'의 판매를 의뢰받았던 평창동 G화랑이나 '학동마을'을 최욱경(1940-1985) 화가의 20주기 회고전 때 도록에 실었던 K갤러리는 당장 자신들에게 집중된 시선 때문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화랑들 역시 이번 사건의 악영향을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대표는 "아직 큰 영향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선물용 그림 시장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큰 사건에 매번 그림이 결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화랑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미술품을 모으는 컬렉터들이 늘어난데다 권력과 부로 상징되는 상류층이 컬렉터인 경우가 많아 주인공이 상류층일 수밖에 없는 큰 사건에는 그림 같은 미술품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또 고가의 미술품 소장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 속에서 그림 거래를 둘러싼 시장 투명성이 낮은 점도 하나의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 김윤섭 소장은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큰 사건에서 그림이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며 "그러나 미술의 문화적 가치는 무시하고 미술판을 검게만 바라보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