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에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유치원이 널리 보급됐습니다. 그에 따라 1990년에 그림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의 적정 연령대가 유치원생들이지만 그림책은 모든 연령을 다 품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문학이며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책입니다.
이런 그림책을 가장 잘 보는 방법은 바로 누군가 읽어주는 걸 귀로 들으며 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합니다. 글을 보게 되면 그림을 놓치고 그림을 보게 되면 글을 놓치게 되니 어른이 읽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그림책의 맛을 보고 즐거워하기에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책을 혼자 보게 합니다. 어떤 엄마들은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몰라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어릴 때 이야기를 듣고 자란 경험이 없다 보니 TV나 대회에서 본 것처럼 특별한 목소리와 몸짓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줄 때는 아무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을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야기의 내용이나 느낌보다 엄마가 낸 목소리 흉내만 기억에 남습니다. 발표회가 아닌 일상의 책읽기가 되고 책의 즐거움에 온전히 빠지게 하려면 평소 이야기하는 목소리로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됩니다.
단, 딱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가 책을 먼저 읽어 보는 것입니다. 그림책에는 리듬이 있으며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글이 짧지만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하고 있는 분들이, 이제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교감하고 싶고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지 몰라서 아이에게 하는 질문들이 '이야기 줄거리가 뭐야?' '누가 나와?' 라며 아이가 제대로 들었는지 알아보는 질문만 합니다. 이러면 아이들이 엄마와 책읽기를 좋아하게 될까요?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게 백배 낫다고 봅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좀 잘된 사례가 있는 책을 활용해보면 어떨까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우리교육)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최은희씨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과 나눈 이야기, 그 사이사이 아이들 반응을 세심하고 자세하게 적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진정한 독서교육이 이런 거구나!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이 책은 교실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지만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서로 몸을 맞대고 책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혼자 책읽기와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교감입니다.
어떤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관계맺음이 달라지듯이 어떤 눈으로 그림책을 보는가에 따라 아이와 부모, 그림책의 관계도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읽어줄 때 나눈 교감은 어른이 되어도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어 삶의 힘이 될 것입니다.
/이원경(어린이도서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