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망령 되살아나나

최근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의 부실문제가 다시고개를 들면서 증시 주변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작년 3분기 실적 시즌에는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 등 미국의 부실 금융기관 6곳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증시가 바닥을 모른 채 폭락했던 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11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3포인트(0.16%) 오른 1,113.07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 우려에 따른 2차 금융위기 가능성이부각되자 6%나 떨어지면서 연초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던 코스피지수가 유럽중앙은행(ECB) 금리인하 등으로 반등에 성공한 미국 뉴욕증시를 따라 소폭 반등하고 있다,증권업계는 일단 미국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유럽 HSBC, 도이체방크에 대한 부실 우려가 개별기업 차원의 단순 실적악화로 끝날지 아니면 2차 금융위기로 확대될지는 이날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미국시장 개장 전에 발표될 씨티그룹의 실적발표에 따라 1차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씨티그룹이 자회사인 스미스바니를 매각했음에도 자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실적발표시 드러날 부실자산과 손실 여부에 따라글로벌 금융권에 큰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까지 씨티그룹의 실적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고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프리미엄의 급등세가 재현되고 있어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20일로 예정된 대형 상업은행 BOA의 실적발표도 관심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BOA는 메릴린치와 합병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씨티그룹과 BOA의 자금난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양사의 CDS프리미엄이 급등했다"면서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의 사태가 다시 재현될 경우 실물 경기 침체는 돌이킬 수 없는수준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미국 금융기관들의 위기가 내달 본격적으로 실적시즌을 맞는 HSBC홀딩스, 코메르츠방크,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등 유럽 금융기관들로 옮아붙을 수 있다는 점도 2차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월가와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라 금융위기 재상기→유동성 확충노력→안전자산 선호의 악순환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2차 금융위기가 촉발되더라도 작년 10월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의 진원이 되고 있는 씨티그룹과 BOA의 덩치가 작년에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등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올해 내내 이 같은 악재들이 자주 출몰할 것으로 판단되며 그때마다 주가는 급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어서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오면 주식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신용경색과 단기금리의 급등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않고 있어 이번 위기가 작년 10월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분석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그러나 "씨티그룹이나 BOA는 대형 금융기관인데다 상업은행 성격이 강해 카드론이나 자동차론 등 파생적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리만브라더스나 베어스턴스의 경우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