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이 혼(魂)이 있는 공무원이다.
건국 60년만에 세계에서 제일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부강한 나라로 탈바꿈시킨 것은 기업인들의 투철하고 부지런함이 힘이 됐지만 기업인들을 뒷받침해주고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며 선도해 온 사람들은 영혼이 있는 공무원들이었다. (중략)
공무원은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중에서 어려운 관문을 뚫고 뽑힌 우수한 두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지니고 있는 혼을 일깨워 충분히 발휘하도록 윗분들과 사회가 격려하고 사기를 올려 주는 것이 먼저다."
군산출신으로 건설부장관과 동아건설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경영인협회회장인 고병우씨가 '공무원이 나라를 지킨다'고 외치며 펴낸 '혼(魂)이 있는 공무원'이란 책자에서 발췌한 글중의 일부다.
이 글은 현 공무원사회에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같은 표현이 현 공무원사회에 감동을 주며 고병우씨가 쓴 이 책이 2번이나 인쇄를 해서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거꾸로 말하자면 많은 공무원들이 혼을 가지고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혼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공무원사회의 구조적 모순때문에 혼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혼을 가지고 열정으로 일을 찾아 창의적인 일을 하려고 하면 그렇치 못한 공무원들로부터 질투나 모함을 사기 일쑤고 설사 잘못되면 격려보다는 징계나 운운하면서 사기를 꺽는 풍토가 오늘날 공무원사회에 지배적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에게 잘 보이는 공무원은 승진길이 빠르고 묵묵히 찾아서 일을 하는 공무원은 계속 한직이나 머물러 있어야 하는 현상도 이같은 풍토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은 승진하기 위해 그리고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자치단체장의 눈치나 살피면서 주어진 일이나 할 뿐 번거롭게 일을 찾아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무원이 혼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책자에서 지적한대로 윗분들이 먼저 독선을 버리고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찾아서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워주고 격려하는 풍토의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치 않고는 공무원들이 찾아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결국 이는 지역의 낙후로 이어져 주민들만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군산시는 학예사로서 혼이 있는 계약직공무원인 김중규씨의 창의적인 노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문화관광부로부터 군산내항일원 산업유산의 문화공간벨트화사업을 유치했다.
무려 사업비만 100억원이 넘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지역개발을 앞당기고 초라해진 내항주변이 활기를 띠며 관광기반을 형성, 경제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공무원의 노력이 지역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올해 군산시에 혼이 있는 공무원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안봉호(군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