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사각지대'에 머물러 왔던 다큐멘터리가수준 높은 품질을 앞세워 시청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오랜 제작기간, 높은 제작비, 세련된 연출 솜씨 등을 버무려 외국 유명 다큐멘터리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이른바 '명품 다큐멘터리'다.
18일 밤 10시35분에 방송된 MBC '공룡의 땅'이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높은10.3%의 시청률(이하 TNS미디어코리아)을 기록해 안방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된 공룡 화석을 통해 공룡의 전성시대인 백악기를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융남 박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가 이끄는국제공룡탐사대의 탐사 과정을 쫓았으며 공룡의 모습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다시 그려냈다.
방송 후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난에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ranjery'는 "무릎을 칠 정도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과 유익한 내용 덕분에정말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했고, 'woijung1052'는 "졸려하는 아들과 잘 봤어요. 정말 새롭고 신기하기 그지없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최근 국내 지상파에 '명품 다큐멘터리 열풍'을 몰고 온 프로그램으로는 2007년 중반 방송된 KBS '차마도고'가 꼽힌다.
6부작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실크로드보다 200년이 앞선 인류 역사상 최고(最古)의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에 주목했다. 편당 2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세계 최초로 차마고도의 5천여㎞ 전 구간을 촬영했으며 중국 서남부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문명 교역로를 생생히 카메라에 담았다.
방송 후 각계의 호평이 이어졌다. 2008 AIBD 어워드 월드 TV상 우수상, 2008 일본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DVD 박스세트도 불티나게 팔렸다.
'차마고도' 이후 각 지상파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또 이 다큐멘터리는 전문가 집단의 호평 뿐만아니라 시청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달 MBC가 3부작으로 내보낸 'MBC스페셜-북극의 눈물'이 대표적이다. 북극 지역의 동물과 현지 원주민 이누이트의 삶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이 10%를 넘어섰으며 특히 1부 시청률은 12.2%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BS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6부작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7일 1부가 10.5%(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했으며, 지난 3, 4일 방송된 2, 3부도 7~8%의 높은 시청률을 드러냈다.
또 EBS의 3부작 '한반도의 공룡'은 1부 시청률이 2.79%를 기록해 역대 EBS 다큐멘터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올리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백악기 한반도를 배경으로 공룡 타르보사우루스의 일생을 그렸다.
'공룡의 땅'을 연출한 이동희 PD는 "시청률 20%대의 인기 드라마 '천추태후'와 방송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시청률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잘해야 7~8% 정도의 시청률을 예상했는데 10%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그동안 방송가 등에는 '다큐멘터리는 잘 만들어도 외면당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시청자의 눈이 상당이 높아졌고 또 정확해진 것 같다"며 "공을 들이고 투자를 하면 시청자가 반드시 알아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