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있다.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극소수 청소년 주부 노인 층의 전유물이 됐고,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자전거가 있다.
기자도 초등학생 시절 어른용 자전거 안장이 너무 높아 가래로 타던 실력으로 무모하게 안장에 도전했다가 그만 자전거와 함께 넘어져 무릎이며, 손바닥 등에 생채기가 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게 자전거 타기를 배워 중학교,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자전거를 애용했다. 자전거를 타고 코스모스길을 달리던 추억, 펑크난 자전거를 잡고 5리도 넘는 비포장길을 걸어가서 수리하던 일 등은 자전거에 얽힌 시큰하면서도 즐거운 기억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속 주요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애용했지만, 자동차 문화 속에서 자전거는 애물단지가 돼 갔다. 과거와 달리 어느 중학교에서는 자전거 통학하는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자전거 통학을 금지시키는 일도 벌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가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도시지역 자치단체들이 앞장서 자전거타기에 목 매는 요즘 현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요즘 몇 년 사이 자전거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건강'과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간편한 이동 수단에 불과한 자전거가 현대사회에서 운동수단으로 변했고, 한편으로는 자동차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대기오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핵심 대안 중 한가지가 되면서 자전거가 주목되고 있는 것.
하지만 자전거타기는 거창하게 울리는 변죽에 비해 지리멸렬한 것이 사실이다.
도시의 도로는 그동안 자동차를 위한 차도와 보행자를 위한 보도로 건설됐다. 자전거를 타고 차도에 들어서면 운전자들의 텃세에 시달려야 하고, 자칫 큰 사고를 당하는 낭패가 뒤따른다. 인도는 바닥이 보도블럭으로 시설돼 자전거 타고 달리기가 원활하지 않다. 게다가 인근 상가 등에서 내놓은 노상적치물들이 걸리적거려 자전거 통행이 녹록치가 않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도심을 환경도시로 가꾸기 위해 전주시도 지난 1997년께부터 소위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고, 자전거타기 활성화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전주시 주요 인도에는 300억여원이 투입된 280㎞의 자전거도로가 개설됐다. 또 인도와 자전거도로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소위 한 개당 10만원씩하는 '볼라드'도 시설했다. 그러나 사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지적이 됐고, 2년 전 중단되고 말았다.
최근 고유가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 자전거도로 개설 및 자전거타기 활성화 사업이 재개됐지만,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자전거타기의 성공 포인트는 시민들의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내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이 아무리 '멍석'을 깔아놓아도 시민들이 그 멍석에 올라가 판을 벌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동안 도로에 수백억원을 깔았지만, 시민들이 그 위에서 뭔가를 얻어갈 실천적 프로그램이 없다면 누가 자전거를 끌고 그 위에 오르겠는가. 당국이 자전거타기에 성공하고 싶다면, 시민들이 멍석 위에 오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재호(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