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갑과 덕진 2곳에 입줄에 오르내리는 사람만 벌써 10여 명씩에 달한다. 후보군도 대권주자를 비롯 장관 차관급 등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 민선단체장 교수 교사 변호사 기업인 언론인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면서 선거전도 과열되고 있다. 저마다 '지역발전을 견인할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출사표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입지자들 과거 행적과 면면을 보면 지역과는 무관한 인사들이 주류다.
그동안 지역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지역발전의 기수'인냥 행세하는 인사가 허다하다. 전북이 힘들고 어려울 땐 '강건너 불구경'하듯 중앙에서 개인의 입신양명에만 혈안이던 인사들이 끈 떨어지니까 다시 지역을 발판삼아 중앙무대로 진출하려는 부류들이다. 이는 지역을 지렛대로 개인의 영달과 권력욕을 채우고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 같은 행태에 지역이 휘둘리고 전주시민들이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런 현상은 '공천=당선'이라는 텃밭 정서 탓이다.
12대 총선 때부터 지역주의에 편승한 바람 선거풍토 때문에 텃밭 정당의 공천장 하나면 선거가 끝나는 게 현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지역정서와는 전혀 무관한 낙하산 인사들이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갑자기 집주인 행세를 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전주 완산갑과 덕진 재선거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마다 "지역발전을 위해 나섰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한낱 구실에 불과하다. 지역이 차별과 소외, 푸대접과 역차별로 낙후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쇠락을 거듭할 때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하기는커녕 '전북인'이라는 꼬리표 감추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지역 안배 몫으로 고위직에 오르고, 도민의 압도적 지지로 연거푸 금배지를 달고도 변변한 기업하나 유치해봤는지. 도민들의 이 같은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입지자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혹자는 화려한 이력과 경륜을 내세워 "이제부터 봉사하겠다"고 머리를 허리까지 굽힌다. 하지만 금배지만 달면 나몰라라 지역을 내팽개친 선량들의 전철을 우리는 똑똑히 보아왔다. 오죽하면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역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는 의원이 되겠다'는 공약이 나왔을까.
이젠 구차한 핑계나 변명따윈 신물이 난다. 순간의 사탕발림이나 감언이설에 현혹돼서도 안된다.
민주당도 '텃밭'이라는 안이한 인식으로 공천권을 행사한다면 그 텃밭마저 붕괴될 것이다. 이미 지난 18대 총선에서 완산갑과 정읍 2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쓴잔을 마신 전례를 거울삼아야 한다. 민심을 이반한 낙하산 공천, 이 지역이 안 되니까 저 지역으로 돌고 돌리는 회전문 공천, 전략공천을 구실삼은 정략공천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주시민 스스로도 자존심과 줏대를 세워야 한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냐"는 식으로 정치권에 휘둘려선 계속 핫바지 취급밖에 당할 수 없다.
/권순택(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