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디오는 5년째 시범사업 중인데, 영어FM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작년 12월 개국했습니다."
지역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전파하는 공동체라디오.
애초 효율성과 거리가 먼 공동체라디오 사업이 정작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터덕거리고 있다.
작년 12월 구성된 '전국 공동체라디오 협의회' 간사 최성은(40)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을 만났다.
최국장은 "공동체라디오는 주파수나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과거 정부 입장은 '주파수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작년 12월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에 영어FM 채널을 개국했다. 부산과 광주도 올해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영어FM 출력량은 1kw. 현재 시범 사업 중인 공동체라디오 출력량(1w)의 1000배다.
1w의 청취가능지역(가청지역) 반지름은 1~5km다.
정부의 '무게중심'이 어디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국장은"작년 인수위 시절부터 대통령은 '영어몰입식교육'을 강조했다"며 "영어FM 방송은 3월 교육과학기술부, 5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 등을 거치며 몇 달만에 뚝딱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영어FM 채널이 국내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아 그들의 의사 소통과 정보 습득을 위한 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영어몰입식교육 반대 여론에 부닥쳐 명분을 바꿨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최국장은 "방통위 논리대로라면 현재 국내 외국인 중 가장 비중이 큰 동남아 국가 언어 방송을 만들어야 옳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작년 11-12월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 평가를 실시하고, 토론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평가 전에 공지도 없었고, 기간도 짧았다"고 지적한 최국장은 "실사는 8곳 중 2군데만 했고, 나머지는 설문 조사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주체는 처음부터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었다. 현재까지 정부는 공동체라디오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다.'뉴미디어가 발달해 공동체라디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자생력을 갖춘 다음 시작하라'는 것이다.
최국장은 "지역의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소외 계층은 여전히 인터넷이나 케이블 등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광고를 팔아 자립하라는 건 상업방송이 아닌 공동체라디오 취지에 눈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에도 정권 성향에 따라 부침을 겪다 2004년이 돼서야 공동체라디오가 정식 허가됐다"며 "방통위가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3, 4월이 돼야 전주시 공동체라디오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체라디오는 지난 2005년 8월 도입, 현재 서울 관악FM, 마포FM, 대구 성서FM 등 8곳이 시범사업 중이며, 작년 12월 전주 등 21곳이 신규사업자로 신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