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신정 마을에 사는 신한철 할아버지(79)는 겨울 가뭄으로 인해 식수를 공급받는 경우는 올 겨울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
28일 오후 상하수도사업소 김연수 관리담당 등 직원들은 주민들의 식수공급 요청을 받고 급수차량까지 동원, 신정마을에 대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마을 안쪽까지 급수차량이 들어가야만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나 눈길이 미끄러워 진입이 불가, 직원들은 궁리끝에 급수관을 여러개 연결, 겨우 집집을 돌며 생명수를 공급했다.
15세대가 살고 있는 백여리 신정마을은 사실 그렇게 산간오지같지도 않은데 왜 식수난이 그렇게 심각할까 의문이 든다.
신 할아버지의 바로 윗집에 사는 오이순 할머니(79)는 혼자 생활하기에 많은 물도 필요없다고 말한다.
추운 날씨때문에 물이 얼기 때문이다.
겨우 마실 정도의 물만 따뜻한 부엌 등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큰 그릇에 보관하다가 낮 시간에 녹으면 그때그때 쓰는 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계곡수를 이용한 간이상수도를 주로 쓰던 신정 마을의 경우,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이 고갈돼 결국 식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세대수가 적은 마을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관로를 설치할 수도 없고, 가압장을 설치하할 여력이 없어 결국 이처럼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신정 마을뿐 아니라 모악산 일대의 소규모 마을이나 대둔산 자락의 운주일대 마을, 그리고 상관면 일부 등 완주지역 50여개 마을이 이번 겨울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지방상수도 사업에서 제외된 구이면 광곡리, 안덕리 등 일부 지역은 관정 설치 등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 마을, 완창리 안심마을 등도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들은 이장이 직접 물을 급수하거나 제한급수하는 곳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운주면 관계자는 "큰 불편은 없다"며 식수난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대형 관정 파면 식수난을 당장 해결될 것 같지만 노인 몇명이 살고 있는 소규모 마을에서는 그 또한 쉽지 않다.
관정개발 비용이 무려 4000만원에 달할뿐 아니라, 수질이 나쁜 경우가 많고, 광물질 등으로 인해 식수로 적합치 않은 일도 흔하다.
완주군 상하수도사업소 김연수 관리담당은 "설 명절 전에 모터나 관로를 설치하는 등 응급 조치를 했으나 아직도 일부 지역은 차량으로 공급해야 할 만큼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