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단국대 석주선 기념박물관으로 5년을 쫓아다녔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꼴로 한복집 비워두고 전통복식 배운다고 나다니니 저한테 '속없다' '미쳤다'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 많았어요. 좋아서 시작했는데, 포기할 수 없었죠. 이젠 저의 분신 같습니다."
한국무형문화재 기능보존회 전통복식 전승공예인 박순자씨(47). '선이 아름다운 우리 옷'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주 교동아트센터에 들어서자 박씨는 방문객들에게 전통복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익산 출신인 박씨는 한복집 '한복의 美'를 운영해오다 10여년 전 궁중의상에 눈을 돌리게 됐다. 밥벌이가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 하지만 궁중의상은 옛 것의 모양만 재현하는데 그쳐 전통복식 복원에 매달리게 됐다. 고문서와 고서화 등을 뒤져가며 시대별 의상의 특징을 공부했고, 무덤을 개장하기 위해 파내는 현장에도 찾아가 의복을 수습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열정과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었다.
"옷들이 왜 이렇게 크냐는 질문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식구들에게 먼저 입혀보게 됐습니다. 큰 옷 입으면 활동하기 괜찮느냐고 묻기 위해서죠. 활동이 부자유스러워 양반들이 팔자 걸음을 걸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그때 했어요."
이번 전시엔 조선시대 순종과 윤황후마마가 입었던 궁중의상을 시작으로 왕 이하 관직자들이 입는 관복 중 하나인 '단령' 유학자들이 숭상해 법복으로 입었던 '심의' 왕과 관리들이 전쟁이나 사신으로 나갈 때 입었던 '철릭' 등 양반 의복 10여점과 사대부가 여성들이 입었던 '원삼' '당의' '장저고리' 등 총 2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진주 강씨 대호 도포'. 왕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성인남자가 입었던 옷이다. 이 도포를 짓기 위해 1년간 쌀을 삭혀 가루로 만든 잰 풀에 쪽빛 염색만 5번 했다. 그리고 원하는 편안한 쪽빛이 얻기 위해 장장 4년을 기다렸다. 덕분에 이 도포를 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빨간 술띠를 손수 만들어줬다. 귀한 작품을 알아본 것.
"옛날 어른들이 어떤 옷은 '몸에 앵긴다'고 하고 또 어떤 옷은 '뻐드러진다'고 했는데, 옷을 지어보니까 그 말 뜻을 알게 됐어요. 우리 선조들은 직선에서 곡선으로 변형시킨 본을 떠서 옷을 짓는데, 요즘 사람들은 직선으로만 본을 뜨거든요."
옷 고름 끝단도 자세히 살피면 박음질이 안 돼 있다며 사람의 기가 잘 통하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가 옷 매무새에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인사동에서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도내에선 처음 여는 개인전.
전시는 2월1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