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배임수재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검찰이 예비적으로 공소 제기한 배임수재 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한 것.
전주지법 제1형사부(박길성 부장판사)는 29일 익산 모 대학 대학원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한의학 석·박사 학위 논문의 실험을 대행하고, 논문 주요부분을 작성해 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서울 K대 한의과대학 A교수(54)의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억78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0만원에 추징금 2억872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한의대 대학원생들로부터 직접 또는 지도교수 의뢰를 받아 석·박사 논문에 사용할 실험을 대행하고, 또 논문 주요부분을 작성해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배임수재죄 정범이 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대학원생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해당 지도교수들이 (대학원생들로부터 돈을)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거나, 또는 해당 지도교수들과 피고인 사이에 이 사건 배임수재의 범행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공모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서 배임수재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해당 지도교수들로부터 논문에 필요한 실험 대행 및 논몬의 주요부분 작성 등을 부탁받고, 지도교수들이 이같은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학위취득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할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용인한 채 돈을 받고 실험 및 논문의 주요부분을 작성해 준 것은 배임수재 방조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A 교수는 2000년 9월부터 4년여 동안 익산 모 대학 한의학과 석ㆍ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개업의 등 대학원생 71명의 논문을 위한 실험 및 논문 주요부분 작성 대행 대가로 1인당 300만~900만원, 모두 71회에 걸쳐 3억787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1·2심 재판부는 배임수재에 대해 유죄를 내렸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배임수재 방조죄만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한편 학위논문 비리사건은 해당 대학 교수를 비롯 A교수에 이르기까지 연루 교수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교수직을 유지, 용두사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