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하정웅 기증작품 - 손아유 추상세계' 내달 8일까지 전시

전북도립미술관에 122점 기증

"재일교포여서 한국말이 어렵습니다. 일본에선 외면당하고, 조국에선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다 보니, 그림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됐죠. 그림은 제게 늘 평화의 기도를 건넵니다. 혼자 갖고 있으면 아깝기만 한데, 값진 곳에 내놓을 수 있으니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70). 그는 지난해 전북도립미술관에 미술품 122점을 기증했다. 자신의 컬렉션을 조건 없이 기증해 진정한 메세나 운동을 보여준 그는 지난 6일 전북도립미술관의 '하정웅 기증작품 - 손아유 추상세계' 전시에서 고 손아유 작가의 작품 125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또 밝혔다. 남김없이 베풀라는 아내 윤창자씨와 자녀의 지지와 동참은 그의 아름다운 삶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손아유作 '예향색'(위) 손아유作 '색의 간격' (desk@jjan.kr)

 

작품 수집은 어릴 적 꿈의 대리 만족이다. 재일 이주노동자 아들로 태어나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 생계전선에 뛰어들면서 캔버스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

 

"어머니가 '그림으로는 밥 벌이가 힘들다'면서 물감과 캔버스 모두 태워 버렸거든요."

 

화가 전화황씨의 '미륵보살'은 작품 수집에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 부처에 의해 구제받는 정신 세계와 조우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아들로 차별받았던 지난했던 세월의 아픔이 치유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주된 코드는'기도'와 '망향'이다.

 

일본 타자와코에 '기도의 미술관'을 세울 계획도 가졌으나, 수포로 돌아가자 1993년 역사적인 광주민주화항쟁을 떠올려 광주시립미술관으로 국경을 넘는 기증이 시작됐다. 그 질과 양이 더해가며 두번째, 세번째 기증이 이어져 2001년엔 명예관장으로 추대됐다.

 

"손아유씨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슈타이너 인지학을 공부했습니다.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도 영혼과 정신의 귀함을 믿는 철학을 담고 있죠. 그래서 고귀하면서도 심오한 정신세계가 꿈틀거립니다. 가만 들여다 보면 음악도 있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도 있습니다. 꼭 한번 가서 보세요."

 

특히 전주는 사람들이 선하고, 따뜻해 전통 문화 정수를 잇는 예향의 도시인 것 같다는 그는 자신의 컬렉션인 기도의 정신과도 잘 맞는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하정웅 기증 작품전- 손아유의 추상세계'는 3월 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