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전주 자존심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한다.전주는 전남 북과 제주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이 있었던 곳이다.전주 객사 현판에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고 씌여 있는 것이 전주의 자존심을 말해준다.중국 사신이 전주를 마치 한고조 유방의 출생지인 풍패와 같다하여 적은 것으로 전주가 조선 왕조의 발상지임을 의미한다.역사와 전통이 면면히 흐르는 전주가 산업화 과정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산업화 시기에는 교통망 구축이 중요하다.유림들의 반대로 호남선 철길이 전주 용머리 고개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전주에 호남선 KTX를 통과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익산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이것마저 무산됐다.다행히 2012년 여수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해서 전라선에도 KTX가 투입되지만 갈수록 전주가 교통 오지로 전락했다.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가장 시간 많이 걸린 곳이 전주가 아닌가.

 

그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역개발 구도가 임의대로 설정됐다.노무현정권때는 지역 균형발전이 정책 근간을 이뤘지만 MB정권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5+2 광역권 설정이 그 사례다.전주를 광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대전 충청권으로 포함시켰다.호남의 중심지가 광주로 된지 오래다.최근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또다시 광주로 헤쳐 모여가 이뤄지고 있다.금융기관과 기업 호남본부가 광주에 있다.익산국토관리청만 유일하게 전북에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전주 사람의 기질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 않지만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들로 표현했다.비빔밥 때문에 그렇게 지적한 것 같다.비빔밥은 20여 가지의 각기 다른 음식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구수한 맛을 낸다.강교수는 전주 사람들의 기질을 좋은 쪽으로 즉 지역감정도 무너 뜨릴 수 있는 자존심 같은 것을 본 것 같다.

 

인구가 안 늘어 전국 16대 도시로 전락한 전주가 4.29 재선거로 시끌벅쩍하다.예비후보와 입지자들이 저마다 전주 자존심이라고 외쳐댄다.지금 전주 바닥 민심은 성 나 있다.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해 있다.역대 정권으로부터 하대를 받아온 탓이다.왕의 남자라고 불렸던 정동영전 장관의 출마설에도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모두가 하심(下心)을 모른채 들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