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은 자연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형체 중 하나"

전주 한옥마을에 공방 차린 알공예가 박성삼씨…한국에그아트협회 유일한 남자 공예가

"어떻게 생각하면 한옥마을에 미안해요.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전체 분위기에 비춰봤을 때 알공예가 약간 어색한 것 같잖아요. 그래도 흔하지 않으니까 많은 분들이 호기심으로 바라봐 주시는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보에 연주자였던 박성삼씨(39). 그는 지난해 5월 전주 한옥마을에 '에그 아트(Egg Art)'란 공방을 냈다.

 

'에그 아트'란 말 그대로 알을 재료로 한 수공예 작업. 러시아 알렉산더 대왕이 부활절을 맞아 보석 세공가 파베르제에게 황후에게 선물할 계란 모양의 금속공예품을 만들게 한 것이 기원이 됐다. 알공예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이제 20∼30년 정도. 역사가 짧은 탓도 있겠지만, 박씨는 도내에서 유일한 알공예가이다.

 

"한 시립교향악단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갑자기 단원 선발을 취소했죠. 결과와 상관없이 음악에 대해 회의가 들었어요. 마침 알공예의 매력을 알아갈 때이기도 했고요."

 

전북대 음악대학을 졸업한 박씨는 1998년부터 2001년 7월까지는 정읍시립교향악단 오보에 주자로, 2001년 8월부터 2003년 8월까지는 모교에서 조교로 활동했다. 5년 전 김제 타조농장을 놀러갔다가 알공예를 처음 접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알공예는 취미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전국적으로도 알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박씨 역시 서울까지 찾아다니며 익힌 것. 지난해에는 한국에그아트협회가 주는 알공예 자격증을 땄는데, 남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 남자 알공예가는 다른 협회에 소속돼 서울에서 활동하는 몇 명 뿐이라고 했다.

 

"알공예라고 하면 알 다루는 방법을 가장 궁금해 하시는데, 실제 알 자체를 다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핸드피스에 기법에 맞는 적당한 기구를 끼워 알을 자르고 압축기로 알 속을 빼낸 후 그 안에 석고같은 걸 발라서 단단하게 만들면 되죠. 어려운 건 역시 디자인이에요. 작가로서 감성이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니까요."

 

손가락 한마디만한 메추리알부터 계란, 오리알, 꿩알, 타조알까지 모두 알공예의 재료가 된다. 자연의 알이 가지는 선의 부드러움을 이용해 알은 조명등, 마차, 시계, 보석함, 인형, 액세서리 등으로 변신한다.

 

단단한 오리알이나 타조알은 보석함이나 화분처럼 실용적인 생활공예품을 만드는 데 좋은 재료. 쓰임새에 따라 강도를 보강하기도 하지만 대개 크기가 작은 알은 액세서리로, 강도가 약한 알은 장식성으로 활용한다. 그는 "기본적인 기법만으로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팔기 위한 상품이 아닌, 작가로서의 작품성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남자가 이런 걸 해도 괜찮을까 망설였지만 짧은 인생 알공예만을 짝사랑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알공예에 아주 미쳤어요."

 

알은 자연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형체 중 하나라는 박씨. 작고 섬세한 작업을 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예민해 지곤 하지만, 아직은 알공예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다. 옻칠이나 폴리모클레이 등 다른 공예와의 접목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