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 경매시장 이상과열

경기침체로 투자처 못찾는 투자자들 경매시장으로…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성급한 과열'

올해들어 경매물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올들어 서울 등의 경매법정은 응찰자수가 부쩍 늘면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크게 붐비고 있다. 특히 최근 경매법정에는 입찰표를 작성할 줄 몰라 주위사람들에게 문의하는 경매 초보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상황으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매전문가들은 "아직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의 경매시장 분위기는 다소 성급한 과열"이라면서 일반인들의 신중한 선택을 당부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는 입찰 경쟁률이 100대1에 달하는 경매물건이 등장했다. 경매입찰에 참가하는 평균 응찰자수도 한달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매각가가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고가매각도 속출하고 있다.

 

도내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과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도는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올 1월 도내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각률과 평균 응찰자수가 한달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477건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 한달동안 경매에 참가한 평균 응찰자수는 3.3명이었으며, 이중 236건이 매각되면서 49.5%의 매각률이 기록됐다. 지난해말의 매각률은 33.1%, 평균응찰자수는 3.1명이었다.

 

경매시장에서 매각률이 40% 이상에 달하면 과열된 것으로 분석되는 점을 감안하면 경매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경매가 활황기였던 지난해 1월의 매각률(54.8%)과 평균 응찰자수(6.2명)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진 수준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던 경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경매물건이 시세보다 20%∼30% 정도 싸게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다, 10년전 IMF때의 학습효과 및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지옥션 장근석 매니저는 "IMF때 저가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1∼2년후 많은 시세차익을 봤던 경험이 있는터라 제2의 IMF로 불리는 올해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 같다"면서 "더불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과열징후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이와같은 외형적인 열기와는 달리 실제는 차분한 편이다.

 

응찰자들의 경매참가 성향을 알 수 있는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 1월 도내 아파트 경매물건의 매각가율은 74%로, 지난해말의 82.6%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응찰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과는 달리 도내에서는 감정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경매전문가들은 "향후 경매시장이 안개정국이다 보니, 응찰자들이 이전의 '묻지마 응찰'과 같은 돌출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 등 대체물건이 있는데다, 부동산이 꽁꽁 얼어붙어 부동산을 매입하더라도 활용방안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들은 "이에따라 일반인들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금확보와 낙찰 이후의 부동산 처리 문제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후에 경매에 참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