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박삼옥

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

소득수준의 향상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건강식품, 환경친화적 식품, 안정성이 보장된 식품이 중시되고 있으며 이들 식품의 수요가 아시아지역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식품시장의 변화 속에서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식품산업은 이제 단순한 식품가공만이 아니라 기능성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생산공정의 효율화를 위한 기술혁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디자인과 포장, 효율적인 유통과정 등 지식집약적인 서비스 기능이 생산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들이 한 지역에 집적하여 연계되고 경제주체들 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과 기술개발효과를 높이는 것이 바로 식품클러스터이다.

 

식품클러스터는 산업의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발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전북의 성장동력으로서 동북아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의 원료공급에서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하여 제품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식품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원료의 공급,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에서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효능이 좋고 맛이 좋은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된다면 하루아침에 그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은 원래 다양하고 질좋은 농임수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따라서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호남지역 농산어촌의 원료공급망을 구축하고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하여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야 하겠다.

 

전통식품의 우수성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도 필요하다. 최근 서울대 장수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간장, 된장, 청국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식품은 노인들에게 필요한 비타민 B₁₂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국의 노인들이 육류를 섭취하지 않더라도 비타민 B₁₂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발효식품을 다양한 기능성식품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일예이다. 앞으로 정부 및 민간연구소의 유치를 통한 산·학·연 협력,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과 해외식품클러스터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혁신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소 자체에서의 연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소비자, 원료공급자, 생산자 등의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상호 밀접한 관계와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는 학습지역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질이 좋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제품디자인이나 포장이 매력적이지 않고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익산식품클러스터에서는 제품디자인, 포장, 유통과 관련한 서비스 기능의 집적은 물론 이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통하여 지속적인 디자인개발과 유통구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는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고급인력의 공급과 인력 훈련 및 재훈련이 필수적이다. 고급인력 공급을 위해서 전북지역 대학들의 식품관련 학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산?학연계의 차원을 넘어서 인재의 육성과 인력 재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식품관련 고급연구인력과 국제적인 연구인력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활발한 인재의 유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들이 전북지역에서 살기 좋은 주거와 교육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여부는 원료-제품-유통과정에서의 식품의 안정성확보, 기능성 식품의 개발과 생산, 시장의 차별화전략 등과 관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식품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확산이 익산시를 중심으로 전북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의 조성에 달렸다고 본다. 이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전북은 물론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북의 모든 경제주체가 지혜와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 가야할 때이다.

 

/박삼옥(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