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죄책감 속에 피어난 인간愛 '세븐 파운즈'

윌스미스의 호연 진한 감동

"살 1 파운드를 베어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게 해선 안되오. 또한 정확히 1파운드를 베어내야 하오.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베어내면 안되오. 만약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되거나 정확히 1파운드를 베어내지 못하면 그대의 토지와 재산은 베니스의 법률의 의해 국가에 몰수될 것이오."

 

영화 '세븐 파운즈'는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어도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를 보면서도 한동안 헤매게 되니 보기 전에는 말할 것도 없다. 제목 조차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파운드'는 우리나라에서 쓰지 않는 무게 단위인지라 그 양이 얼만큼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세븐 파운즈'는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대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것처럼 7파운드의 살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장의 무게도 7파운드, 영화 속 주인공이 죄를 짓는 대상도 7명, 선행을 베푸는 대상도 7명이다. 이 중 어떤 뜻이 맞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영화 속에 답이 있으리라. 1파운드는 약 0.43kg이다.

 

▲ 속죄와 희생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벤 토마스(윌 스미스). 그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세상에 진 빚을 갚기로 결정하고 7명의 운명을 바꿔주려고 한다. 에밀리(로자리오 도슨)와의 예기치 않은 사랑으로 혼란에 빠진 것도 잠시.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계획해 온 일들을 실행에 옮길 때라는 것을 알게 된다.

 

후반 장면이 영화 제일 앞에 등장하면서 시작하는 '세븐 파운즈'는 관객을 순간순간 멈칫하게 만든다. 7명의 운명을 바꿔야 한다는 주인공.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혹은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등 끝없는 질문들이 관객들에게로 돌아온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븐 파운즈'라는 제목 안에는 여러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 그 중 '베니스의 상인'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거래에서 희생을 통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빚'은 두 이야기 모두가 하고자 하는 요점이다.

 

▲ 드라마를 위한 드라마

 

윌 스미스의 슬픈 눈이 눈길을 잡는 포스터는 '세븐 파운즈'가 그간 그가 선보인 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핸콕'이나 '맨 인 블랙'으로 친숙한 배우이기 때문인지 왠지 윌 스미스의 무거운 연기가 끌리지 않는 면도 있지만, 2007년 개봉했던 '행복을 찾아서'('세븐 파운즈'의 감독인 가브리엘 무치노의 영화이기도 하다.)를 기억해 보면 그의 연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세븐 파운즈'는 그 어떤 영화 보다도 연기력을 요하는 영화다. 개그 요소나 말장난 없이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실제 윌 스미스에게도 많은 부담감이 따랐을 것.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살짝 지루해지는 감이 있기도 하다.

 

철저하게 고통 받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내면 연기가 일품으로 그가 하는 생각이 눈빛만으로도 표현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여성관객이 눈물 범벅으로 극장을 나오는게 되니 화장지나 손수건은 필수로 챙겨가야 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