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물레방아

우리 가요 중에는 물레방아가 간간히 등장한다.'물레방아 돌고 도는 내 고향 정든 땅...물레방아 도는 내력...물 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을 ...'등등이다.또한 전근대적 농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애정관계를 묘사한 나도향의 단편소설'물레방아'도 널리 알려져 있다.그러나 물레방아는 오늘날 낭만적인 노랫말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었다.더군다나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의 장소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한가롭게 돌아가던 것도 아니었다.

 

물레방아는 물을 이용해서 물레처럼 생긴 바퀴를 돌려 보리와 쌀을 찧었고 때로는 탈곡이나 제분에도 이용했다.그야말로 시골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생활 도구였다.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으나 경남 함양과 강원 정선 그리고 민속촌 등지에 원형을 보존해서 전기로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벤자민 플랭크린은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란 책에서'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했다.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했다.

 

자연에는 엔트로피 법칙이 있다.엔트로피란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가 사물이 감소하고 닳아 없어지는 경향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이 법칙은'자연상태로 두면 질서상태(낮은 엔트로피)에서 혼돈상태(높은 엔트로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고 사람은 태어나서 점점 늙는 것처럼 말이다.흘러간 바람으로 팔랑개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인간 사회에도 똑같다.

 

4.29 전주 재선거를 앞두고 요지경 속이다.정동영 전장관 출마여부에 따라 덕진 아니면 완산으로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정치철새들이 많다.정치적 소신이 뚜렷치 않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한번 하겠다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더 안타까운 것은 한물 간 사람을 전략공천 대상으로 놓고 있다는 것이다.사람이란 원래 다 자기 때가 있는 법이다.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지난 정권에서 한 자리 잘 해먹은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다.

 

이 깰 수 없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은 우리 정치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민주당이 전주 시민의 자존심을 외면한채 흘러간 사람을 전략 공천하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이것이 전주와 전북 도민들의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