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일자리 창출, 먼 나라 이야기인가 - 홍동기

홍동기(편집부국장)

얼마전 한 중앙일간지에'정년 80세는 기본…우수사원은 종신고용'이란 제하로 한류 대표 관광지인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빙하리 소재 ㈜남이섬에 관련된 박스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취업난과 고용 불안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속에서도'평생직장 꿈'을 실현해주는 회사 이야기를 소개했다.

 

골자는 이러했다.직원 정년을 80세까지 보장하고 있는 이 회사는 섬내 공예원에서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76세의 석모씨를 종신직원으로 추가선정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종신고용으로 매월 162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는 석씨는 2차 정년인 80세를 넘어 출근하지 않더라도 사망시까지 매월 80만원의 생활보조금을 받게 되고 의료보험 등 4대 보험혜택도 누릴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종신고용을 도입한 이 회사는 지난 1월 근무성적이 우수한 60∼70대 직원 4명을 1차 종신 명예직원으로 추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경영난 등을 내세워 일부 기업들이 서슴없이 조기퇴출과 감봉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마당에 종신고용은 파리목숨격으로 일터를 지키고 있는 샐러리맨들과 일자리에 목말라 있는 구직자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작년 하반기이후 취업시장과 직장생활에'고용빙하기''삼초땡(30대 초반 명예퇴직)''이퇴백(20대에 스스로 퇴직선택)''대학졸업반은 실업예정자'등의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취업난과 불황의 세태를 빗댄 새로운 유행어들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졸(2년제 대학포함)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20∼30대 취업자수는 계속 줄고 있다.

 

전북지역 고용사정은 어떤가.

 

한마디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6년에 82만9000명이던 취업자는 3년도 안된 금년 1월에 79만3000명으로 감소, 80만명이 무너졌다.

 

지난해에 2년제 이상 대학과 일반대학원 졸업자 2만6491명중 정규직 취업자는 절반도 안되는 48.6%에 그쳤고 이들중 지역내 사업장에 취업한 경우는 겨우 15.9%인 1852명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4년제 재적학생중 24%가량이 휴학하는등 대학생들 사이에서 휴학은 필수가 되다시피했다.

 

바야흐로 대학들이 졸업시즌을 맞고 있다.

 

그러나 경기한파가 더욱 거센 올해 취업문은 그 어느때보다 좁아 득의만면(得意滿面)보다 답답하고 암담한 표정으로 대학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이 부지기수다.

 

고3 입시지옥을 거쳐 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의 비싼 등록금을 지불, 대학을 다니며 스펙(Specification·취업에 필요한 각종 자격요건)을 쌓고도 청년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그들의 심정과 자화상은 과연 어떨지.

 

정부와 전북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수십만~수백만개의 일자리창출의 공약및 기업유치 성과발표는 요란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사회 첫출발하는 청년들이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종신고용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절망과 패배감에서 하루빨리 벗어날수 있도록 일자리창출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라 하겠다.

 

/홍동기(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