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서는 생명을 덤으로 얻은 겁니다. 술 많이 마신 덕이겠죠. 나이 먹으면 큰 체험을 많이 합니다. 전혀 생각지 않은 이야기로 말입니다. 이젠 살 만해요."
아프다는 사실을 모를 때부터 소설집 「영혼의 그림자」(신아출판사)를 준비했다. 너무 가난했던 청년 시절 현상금 때문에 글을 썼지만, 이제는 문학이 자신의 고향이고,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라대곤씨(69·수필과비평사 회장)다.
'개값''개명(改名)''개소리''공처가''빈대''산삼(山蔘)''종마(種馬)''영혼의 그림자' 등 총 8편이 담긴 단편 소설집이다.'영혼의 그림자'엔 무당을 수양 어머니로 삼아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을 통해 빙의 체험 이야기가 담겼다.
"8편 중 7편은 서민의 삶을 다뤘는데, 고만고만한 걸 쓰다 보니까,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더라구요. 판타지 소설 같은 거 말입니다. '영혼의 그림자'를 그 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무당, 죽은 혼령 이야기를 통해 영혼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신비감을 주잖아요."
선이 굵은 문장 마디 마디마다 힘이 들어차 있고, 관념적이지 않아 한번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읽힌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억지라는 자괴감이 들 때 많지만, 계속할 겁니다. 진솔함의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마음을 확 잡아끄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글을 아무리 손질해도, 아쉬움이 또 그대로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지요."
군산 출생인 그는 소설집 「악연의 세월」 「굴레」 「선물」 「아름다운 이별」 등을 펴냈으며, '전북문학상(1999)' '표현문학상(2000)' '백양촌 문학상(2002)'을 수상, 소설집 「망둥어」로 '채만식문학상(2006)'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