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최승범 시인 수필들, '맵시·맘씨·솜씨=?'로 출간

토기처럼 투박한, 백자처럼 청아한 글

"수필이 나를 위하여 있었던 것인가, 내가 수필을 위하여 있었던 것인가를 새삼 생각해 봤습니다. 수필의 본질이나 본령의 참모습을 찾아보고 싶었고, 참다운 문학의 향취를 지닌 수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끝내 의욕에 미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른 것 같아 허탈하고 면괴스러울 뿐입니다."

 

시조시인이자 수필가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78)의 수필들이 출판사 소소리(대표 우희정)가 펴내는 '한국의 수필 대표작선집'에 선정, 「맵시·맘씨·솜씨=?」로 나왔다.

 

대학 강단에서 40여 년 간 수필론을 강의하고 1965년 「수필ABC」를 시작으로 십수권의 수필 관련 이론서와 단행본을 세상에 내놓았던 그는 그러나 "소소리로부터 자전 수필 제의에 바로 응하지 못한 채 미적거렸다"고 고백했다.

 

「맵시·맘씨·솜씨=?」에 실린 작품은 44편. 제목에 나온 맵시, 맘씨, 솜씨는 평소 최 명예교수가 좋아하는 낱말이다. 좋아할 뿐 아니라 이 세 낱말로 스스로의 삶을 살피고 단속한다고 했다. "쓰고자하는 수필에서도 언제나 이 세 낱말을 추슬러 보곤 한다"는 그는 "나의 삶이나 수필이 이 세 낱말과 같은표를 이룰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수필 대표작선집' 편찬위원회는 "오늘의 문학 현실을 위기라고들 하는데, 한편으로 위기는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며 "이 시점에서 수필문학의 주체적 진술방식과 시에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서정의 운문적 양식을 주시한다면 그 해결책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제 토기처럼 투박한 듯하나 조선백자처럼 깔끔하고 책장을 넘기기 전 숨가쁜 호흡부터 가다듬게 하는 그의 수필은 문학사적인 정립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수필'로 적합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