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론 버니의 '독수리의 눈'

자연과 함께하는 원주민의 삶

아이들의 책읽기는 어른과는 사뭇 다르다. 어른들은 책을 읽다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거나,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 계속 나오면, 책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된다. 재미가 없으면 책읽기는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읽기 싫어하게 마련이다.

 

이 책은 호주 원주민 소년 구답의 눈을 통해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이 자연과 얼마나 동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머물면서 물 마시러 오는 동물을 사냥하고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의 열매나 뿌리를 다 먹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살면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구답의 부족 이야기다.

 

그런데 어느 날 끔찍할 일이 일어난다. 하얀 악령들이 큰 들개를 타고 와서 가족과 부족들을 죽이는 것이다. 숙모의 주검 아래 캥거루 가죽으로 덮여서 살아있는 유당과 함께 이 둘은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서 도망친다.

 

 

아이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안전한 곳을 찾아 쫓겨 가면서 피나무리부족을 만난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따뜻한 잠자리를 얻었지만, 이 부족에게도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또다시 도망가면서 무서운 다푸리족을 만나고 , 잠시 물을 찾아 안전한 곳으로 떠난다.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영국인이 호주에 처음 들어와 원주민들과 마찰을 그린 책이다. 우리의 역사는 언제나 승자 입장에서만 서술하지만, 약자인 원주민 소년 구답의 시선을 따라갔다는 게 아주 신선했다. 백인 우월주의에서 쓰인 책들만이 아이들에게 보여졌다면, 한번쯤은 다른 시선으로 쓰여진 책을 권해주고 싶다. 아이들의 눈을 통한 읽혀지는 시대의 아픔과 고통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오면서 나는 한동안 다른 책을 잡지 못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시면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셨듯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게 쓴 책이다. 물론 허구적인 사실이나 과장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장혜원(어린이도서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