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부의 임상훈 기자는 올해 서른네살인 신체가 너무도 건강한(?) 총각이다.
34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불리운 별명은 '산적'. 믿을 수는 없지만, 다행히 "싸움을 좀 해" 돼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단다.
"저 단식하려고요!"
34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순간도 말라본 적이 없었던 그가 어느날 단식(斷食, 음식이나 음료 또는 2가지를 모두 섭취하는 것을 금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준비단식 14일째, 본단식 6일째인 19일 현재 그의 몸무게는 86kg. 놀라운 속도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요 며칠 임기자가 비실비실해 보이고, 양복 저고리도 제법 헐렁해진 것 같다. 우락부락했던 임기자의 인상이 이제 조금 곱상해 보이기 시작한다.
슬그머니 비만을 걱정으로 끼고 사는 많은 독자들이 떠올랐다.
"배도 고프고 먹을 것이 눈에 아른거리는 사람한테, 단식기까지 쓰라니요!"
그래도 성격좋은 임기자. 끝내는 버티지 않고 쓰겠다고 나섰다. '쵸콜릿이라도 줄까?''술한잔 하자!'시도 때도 없이 유혹하는 선후배들 사이에서 용케 버티고 있는 임기자! "이번에 70kg까지 빼서 장가가자!"
임기자의 단식기는 매주 금요일 네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기대하시라.
발톱을 깎으려다 삼겹 이상 접히는 뱃살 때문에 불편해 본 적이 있는가. 달리기 중 배와 등 부위의 기분 나쁜 출렁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과식을 한 뒤 주체할 수 없는 포만감에 짜증을 내 본 적이 있는가. 20대 때의 알몸을 본 친구가'넌 20대의 몸이 아니다'라고 하는 놀림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21세기에 초고도비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개인적 불편과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것 외에 '게으르다',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다'라는 외부의 편견어린 시선도 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뭐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하지만…….
간혹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준 몸짱'이 되려는 시도를 해 보았지만 인내와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데 반해 체감적 효과는 더뎌 일주일 이상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배수의 진을 치기로 했다. 단식, 비만의 꿈을 꾸는 초고도비만자의 극약처방이다.
마침 준비단식 5일, 본단식 7일, 보식기간 7일 등 19일간의 단식으로 체질도 개선하고 체중도 감량하는 등 꽤 효과를 봤다는 한 선배의 얘기를 들었다. 3주 투자로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 섰다.
요가를 하며 단식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찾아간 것은 지난 6일.
그러나 초고도비만에 대한 단식 처방은 꽤 달랐다. 일단 죽을 먹으며 속을 달래는 준비단식 7일은 수긍이 갔지만 물만 먹으며 버텨야 하는 본단식이 2주가 될지, 3주가 될지 모른다는 말에는 하늘이 깜깜해졌다. 버텨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됐지만 이왕 하기로 한 것, 끝까지 가기로 했다. 그리고 7일부터 준비단식에 들어갔다. 밥은 먹지 못해도 죽은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위안이었다. 그리고 이 기간 나쁜 습관과도 이별할 수 있었다. 별 생각없이 하루 10여잔 이상 마신 커피를 끊을 수 있었다. 준비단식 중 한 끼에 무심코 죽 4공기를 먹고, 주린 배를 슬쩍 달랜다는 생각에 잠자리에서 귤 6개를 까먹는 등 잘못된 식습관도 경계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14일 본격적인 단식에 돌입했다. 하루 2ℓ의 물 이외에 허락된 음식은 아무 것도 없다. 주구장창 물만 마시는 거다. 또 매일 저녁 지방이 집적한 곳에 부항을 뜨고 관장을 해야 했다. 예전 할배근이 있던 겨드랑이, 널브러진 군더더기 살에 부항을 뜨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자는 말을 말아야 할 정도다.
준비단식과 본단식 3일 등 10일이 지난 지금 6㎏이 빠졌고 배는 주리지만 정신은 어느 때보다 멀쩡하다. 만족할만한 성과지만 단식을 통해 이보다 더 큰 것을 얻고 있다.
'쌀 한 알 한 알에 농부의 고생이 실려 있다'(粒粒皆辛苦-입입개신고)는 당나라 시인의 시처럼 밥풀떼기 하나를 보고도 숱한 생각을 하게 된다. 고 3때 아들 좋은 대학 가라고 매달 3일씩 일년간 금식기도를 한 어머니의 고마움을 다시 되새기게 되고, 방치했던 내 몸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고 있다.
집 나간 수말이 암말을 데려왔다는 새옹의 고사(塞翁之馬)처럼 지금 사라져가는 지방은 요요현상으로 또 다른 지방을 데려올 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러나 단식기간 깨달음과 건강해진 몸은 또 하나의 삶의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