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김 추기경께 노래 바칩니다"

"천국 인기투표 때 한 표 달라고 하셨는데"

"2003년 추기경 집무실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을 처음 뵈었는데, 추기경님의 사진이 박힌 열쇠고리를 주셨어요. '내가 이걸 왜 주는지 아느냐'고 물으시더니 '내가 천국에 가거든 인기투표에서 내게 한 표를 던져달라'고 말씀하셨죠."

 

팝페라 테너 임형주(23)가 선종한 김 추기경을 명동성당에서 조문한 뒤 19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일화를 전하며 "그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뒤 김 추기경님이 제가 부른 '아베 마리아'를 들으시고는 추기경실로 저를 부르셨어요. 사인을 한 제 1집을 드리고 함께 '아베 마리아'를 들었죠. 김 추기경님은 '무수한 '아베 마리아'를 들었지만 이렇게 순결하고 깨끗한 '아베 마리아'는 처음 들었다. 성모 마리아를 만난 기분'이라고 극찬해 주셨어요."

 

일본에 있다가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일정을 미루고 귀국한 그는 "이후에도 2005년 길상사에서 열린 '종교화합 음악회', '대한민국 종교예술제'에서 뵈었는데 몸이 안 좋으신데도 담요를 덮고 내가 부른 '아베 마리아'를 들으신 후 '세계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베 마리아'를 전파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덧붙였다.

 

임형주가 김 추기경의 선종을 더 안타까워하는 것은 선종 당일 발매된 자신의 미니음반 '마이 히어로(My Hero)'에 추천사를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음반 수록곡 중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김 추기경께 바칠 것"이라며 "다음 주 발매되는 음반에는 스티커를 붙여 헌정곡 임을 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음반에는 시절이 어려운 만큼,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아베 마리아' 등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래만 선곡했다"며 "특히 바흐의 멜로디를 빌려서 구노가 재편곡한 '아베 마리아'도 수록해 김 추기경님께 꼭 들려드리고 추천사도 받고 싶었다. 늘 '맑고 깨끗한 청년'이라고 격려해주신 그 분은 나라의 큰 어른이셨지만 나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