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들어 홍콩영화 붐이 한풀 꺾인 이후 국내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중화권의 젊은 여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수치(서기,舒淇ㆍ33)의 이름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코미디 시리즈물 '조폭 마누라3'에서 신은경의 바통을 이어받아 주인공인 '무서운 아내' 역을 맡는가 하면, 뤽 베송 제작 액션물 '트랜스포터'에서 제이슨 스테이섬과 함께 달리는 등 국내 개봉한 여러 국적의 영화들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신작 '라스트 프로포즈'의 개봉을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그는 영화의 국적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에 대해 "연기에 국적은 전혀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연기라는 것은 보편적이라고 생각해요. 언어 때문에 배우로서 제가 기본적으로는 하는 일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인들은 언어, 환경에 관계없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답니다. 장르도 중요치 않죠. 시나리오에 담긴 이야기가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에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류더화(유덕화,劉德華)가 그에 대해 "긍정적인 배우로, 영화에 완전히 자신을 던지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치는 억만장자 샘과 자존심 강한 클럽댄서 밀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라스트 프로포즈'에서 무대에 여러 차례 올라 춤 솜씨를 보여준다. 그는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진짜로 열심히 연습했어요. 한 달 정도 연습을 했죠. 함께 고생한 4명의 댄서에게도 감사하고요. 제가 춤추는 모습을 관객들이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남혈인'(2002)에 이어 다시 한번 류웨이장(유위강.劉偉强) 감독, 류더화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류더화씨는 마음씨가 좋고 박학다식하죠. 영화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으세요. 류 감독님, 류더화씨와 다시 한번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게 출연을 결심한 큰 이유였죠."
류웨이장 감독 역시 이메일 인터뷰에서 수치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며 "밀란 역에 딱 맞는 배우였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류더화에 대해서도 "늘 발전하는 훌륭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수치는 유능한 여배우입니다.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할 줄 알죠. 또 류더화씨를 캐스팅한 이유는 그가 말할 필요도 없이 뛰어난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제로도 샘 캐릭터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따뜻하고 겸손하죠."
촬영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해 연출자로 데뷔했고, '무간도'의 성공 이후 한중 합작 '데이지', 할리우드영화 '트랩' 등 다양한 국정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로맨틱 코미디 '라스트 프로포즈'에서는 무엇보다 '사랑의 따뜻함'이 잘 드러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만들 때 특별히 고집하는 형식은 없습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영화로 만들지를 결정하죠. 저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본 뒤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