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 것이니, 오랫동안 사랑하려면 항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때때로 추락하고 침몰하는 일상속에서 변화하고 싶다는 소망을 간절히 갖게 됐어요."
수필가, 문화해설가, 노년교육지도사, 성폭력상담사(…).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직함은 많다.
뜻하지 않은 삶의 충격이 거듭될 때마다 고통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변신의 옷을 갈아입은 결과다.
이명화씨(41·사진)가 펴낸 수필집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신아출판사)엔 삶의 고비마다 여성의 정체성을 위해 세상을 보듬기 위한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다.
"여성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페미니스트도, 박애주의자도 아니었지만, 인간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저를 이끌어준 신앙과 같은 존재였구요."
1998년 IMF. 그는 생애 가장 어둡고 긴 터널을 만났다고 적었다. 지나친 완벽주의와 정의감으로 남편은 22년간 약봉지를 끼고 살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간이 나빠졌다. 간경화, 암으로 이어진 투병생활, 금식기도를 통해 건강을 되찾기까지 꼬박 22년. 하지만 그런 모든 고난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책엔'나는 누구인가(여성의 정체성)''우리는 하나(자연)''아름다운 만남''사색의 정원(마음 가는 길)''세월의 무게(함께 가는 길'를 통해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그의 철학, 따뜻한 만남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지금껏 글을 써오고, 제 나름의 역할에만 충실했지,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없었습니다. 에어로빅 한 번 해본 일 없을 만큼 남편을 선택했던 삶이었죠. 여유가 닿는다면'나눔의 집'을 마련해 헌신하며 살고 싶습니다. 나눔의 삶이 저의 방전된 에너지가 충전되는 과정이거든요."